국민의힘과 대선 주자들이 일제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때리기에 나섰다. 이 후보가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에게 완패한 것을 두고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민심이 돌아서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여야 모두에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수도권 민심이 흔들리면서 지지층 확장을 노리는 후보들의 특검 촉구와 이 후보에 대한 공격 수위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는 11일 광주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이 후보에게 축하하는 것이 도리인 것은 알지만 한 달만 먼저 대장동 비리가 터졌거나 민주당 결선투표가 한 달만 뒤에 있었다면 민주당 후보는 이 후보가 아니라 다른 후보였을 것”이라며 “이 후보가 떼도둑의 수괴이자 가짜 능력자라는 것을, 국민의힘과 제가 철저히 그 가면을 부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승민 후보 역시 “민주당 경선 결과를 보면 지금쯤 구속돼 수사받아야 할 범죄인이 집권 여당의 후보가 될 수 있는가”라며 “민주당과 청와대는 반드시 특검과 국정조사를 받아 이 후보의 범죄 사실을 명백히 밝히고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을 밝힌 윤석열 후보는 “경선 3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는 민주당 지지층도 대장동 게이트를 이재명 게이트로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한다”며 “검찰은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정치권은 특검을 합의해 대장동 게이트의 진상을 규명하고 범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준표 후보도 “민주당 대선 후보 최종 경선에서 승승장구하던 이재명 후보가 28%, 이낙연 후보가 63%(3차 슈퍼 위크)를 득표한 것은 비리 후보로는 안 된다는 민주당 선거인단의 심판”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당 지도부도 대장동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 수용 요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광주에서 ‘대장동 특검 촉구’ 도보 1인 시위에 나선 이준석 대표는 “전날 민주당 경선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 후보에게 경고한다”며 “이 후보는 시간 때우기식으로 현 상황을 모면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는 3차 경선 투표 결과를 지적하며 “대장동과 관련해 아무 말 대잔치로 일관하다 보니 민심이 차갑게 돌아서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국회에서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연 김기현 원내대표는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서는 신속한 압수 수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모든 증거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성남시청과 경기도청에 대한 압수 수색을 수차례 요구해왔는데, 검찰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검찰이 즉각 성남시청과 경기도청에 대한 압수 수색을 실시하지 않는다면 13일쯤 검찰과 수사 지휘 라인에 있는 사람을 상대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직무유기죄로 고발할 것”이라고 강경 대응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이재명 때리기’가 지지층 결집 효과 등을 내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대장동 의혹 확산에도 이날 발표된 YTN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비중은 40%로 전주 대비 0.4%포인트, 민주당 지지율은 31.4%로 1%포인트 내리는 데 그쳤다. 또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 지지도 역시 0.1%포인트 하락한 39.2%로 제자리 수준을 유지한 점도 한계가 있다는 주장에 힘을 보탰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