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가 전 거래일보다 1.5% 오르면서 80달러를 돌파해 마감하자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유가상승=인플레이션 가능성’이기 때문인데요. 이날은 유가를 비롯한 에너지 관련 문제가 월가를 휩쓸었습니다.
또다시 예상을 크게 밑돈 9월 고용보고서 결과 임금상승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는데요. 임금과 유가, 두 항목이 인플레 우려를 구성하는 양대 산맥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 성장률 전망도 낮아지고 있죠.
지난 주 휴가로 고용보고서를 분석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유가과 임금 전망을 알아보면서 고용보고서에 관해 이날 새로 나온 분석을 함께 전해드립니다.
“에너지 복합위기에 천연가스 수요도 복귀…WTI 90달러·브렌트유 100달러 간다”
우선 유가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날 WTI는 80.52달러에 거래를 끝냈습니다. 2014년 10월31일 이후 약 7년 만에 종가 기준으로 80달러를 넘어선 것인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국제유가 지표인 북해산 브렌트유의 경우 이날 83.65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최근 유가 상승은 공급문제입니다. 기본적으로 미국과 중국 경기가 둔화하고 있기 때문에 유가는 크게 오르지 않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더 부족하다보니 유가가 뛰는 것인데요.
공급부족은 주요 산유국이 생산을 더 늘리지 않고 있는 것에 더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신재생 에너지로의 정책전환이 한몫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인도가 전기 부족 사태를 겪는 상황에서 지난 주 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같은 주요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가 추가 증산을 하지 않기로 했었죠.
메이저 업체 석유업체들은 친환경 이슈에 생산증대를 위한 추가 투자를 하지 못했습니다. 화석연료의 역습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인데요.
반면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올 겨울이 매우 추울 것이라는 예상과 유럽에서의 이상기후로 풍력발전이 여의치 않자 생긴 천연가스 대란이 겹쳤습니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 급등에 미국의 천연가스 선물가격도 최근 13년 만의 최고치로 올랐는데요.
이렇다 보니 대체제인 석유를 찾게 되고 이것이 가격을 더 밀어올리고 있습니다. 가격 상승이 계속될 수 있다는 얘기인데요. 다니엘 예르긴 IHS마킷 부회장은 “내 생각에 WTI는 충분히 90달러까지 갈 수 있다”며 “전세계에서 특히 유럽과 중국이 천연가스에서 다시 원유로 갈아타고 있다. 그래서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브렌트유가 올 겨울 100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봅니다. 천연가스 가격도 더 오를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옵니다.
그럼 원유가격 상승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가 중요한데, 유가가 오르면 사실상 모든 제품의 가격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게 됩니다. 당장 가계만 해도 휘발유값과 난방비용이 오를 테고 산업용 전기를 비롯해 각종 운송비, 제작비용이 증가하게 되지요.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인상 요소가 됩니다. 이 과정에서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어 소비가 감소하고, 기업의 생산과 마진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1970년대처럼 경기침체를 불러올 수도 있지요.
물론 유가가 무조건 계속 오르기만 하는 건 아닙니다. 우선 미국 정부는 전략비축유 방출을 고려하고 있는데요. 브렌트유가 85달러를 넘으면 미국이 사우디아라바이에 추가 증산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습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도 관건입니다. 러시아의 증산은 정치적 문제이긴 하지만 대안이 하나 더 있긴 한 셈이죠. RBC 캐피털 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는 “중국 수요증가와 추운 날씨,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풍력·수력 문제 등이 있지만 핵심은 공급”이라며 “만약 브렌트유가 85달러를 넘으면 백악관이 사우디에 증산 압박을 할 것이다. 신재생 발전이 안 되면 백업을 무엇으로 할 것이냐가 이슈”라고 분석했습니다.
어쨌든 지금은 유가상승이 인플레 압력으로 이어지고 금리상승의 촉매가 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실제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이제 연 1.6%대로 올라섰습니다.
“노동자 우위시대 임금 인플레 상승률 이상으로 오를 것”…“고용, 여성·은퇴자·이민자 층서 누수”
이번에는 인플레 가능성을 높이는 두 번째 요소인 임금을 알아보겠습니다. ‘3분 월스트리트’에서 임금발 인플레 우려는 많이 전해드렸었는데, 이날은 지금이 다시 노동자 우위시대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19만4,000명 증가에 그친 9월 고용보고서를 언급하면서 이렇게 얘기했는데요. 확실히 고용을 하려는 기업은 많은데 일하려는 노동자가 적은 만큼 임금협상에서 노동자가 우위를 가질 수밖에 없고 이것이 급여인상으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그는 “고용시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는 모른다. 코로나 아니면 구조적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나는 후자 쪽”이라면서도 “명확한 것은 인플레이션이 점점 더 시장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는데요. 이어 “나의 느낌은 임금인상이 물가상승률을 넘을 것이라는 거다. 처음으로, 아주 오랜 만에 노동자가 주도권을 갖게 됐으며 이를 저평가 하면 안 된다”며 “급여가 오르면 지속적인 인플레를 보게 될 것이고 중요한 것은 기업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인데 이 때문에 주식 투자자들에게 (인플레가)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임금인상은 ‘기업 비용상승 및 마진축소→가격 상승→임금인상’의 악순환을 만들어 낼 수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기업이 가격을 올리지 않더라도 이윤이 줄 수 있고 이는 실적악화라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주식투자자들에게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인플레 대응용 금리인상 가능성을 높이기도 하지요. 스테파니 링크 하이타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 경제 방송 CNBC에 “우리는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임금과 렌트비용을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추가로 에리언 고문 같은 전문가도 “나도 모르겠다”고 했지만 고용부진의 원인은 뭘까요. 여성과 은퇴자, 이민자 때문에 노동공급이 예전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CNBC는 “부족 노동인력의 63%가량인 200만 명이 여성이며 이들 중 절반이 20~34세로 이는 코로나로 인한 집에서의 아이돌봄 문제가 노동공급 부족을 불러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코로나로 지난 20개월 간 약 100만 명의 추가 은퇴자가 생겼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부터 강화된 이민정책 탓에 노동공급이 부족해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해석하자면 9월부터 시작하는 미국의 학교수업이 안정화하면 할수록, 즉 시간이 지나면 고용증가폭이 더 커질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여성인력 공급이 계속 늘지 않으면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이죠.
이민 노동자 문제도 크다고 합니다. 데이빗 바이어스 카토 연구소 선임 펠로는 “이민 노동자의 부족이 노동공급 부족의 상당한 비율을 차지한다”고 했는데요. 뉴저지만 해도 히스패닉이 없으면 종업원을 못 구해 식당을 운영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섰지만 코로나로 이민과 외국인 노동자 수급이 어려운 상태인데요. 이미 미국은 이민자와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굴러가기 힘든 사회입니다.
골드만삭스 “내년 美 성장률 4.4%→4.0%”…“높은 유가에 병목현상 겹쳐 연준, 고민 커질 것”
이런 가운데 골드만삭스가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습니다. 올해 예상치는 5.7%에서 5.6%, 내년은 4.4%에서 4.0%로 0.4%포인트 떨어뜨렸는데요. 골드만삭스는 재정지원책이 줄어들고 소비자지출이 감소할 것으로 봤습니다. 특히 서비스분야의 타격이 클 것으로 봤는데요. 예를 들어 영화관에 가는 것은 적어도 6개월 동안은 정상적인 소비 패턴으로 돌아오기 힘든데 이는 경제활동의 완전 정상화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것이죠.
에너지 가격 상승도 경제성장에는 부담입니다. 앞서 설명드렸듯 유가 상승과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은 소비를 위축시키게 되죠. 번스타인의 닐 베버리지는 “과거 에너지 비용의 빠른 증가가 경기침체를 불러왔고 에너지 가격이 계속 오를 경우 역사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며 “에너지 가격 상승은 소비자들의 가처분소득을 낮춘다”고 지적했는데요.
중요한 것은 경제가 더 둔화할 수 있다면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과 금리인상은 어떻게 될까입니다. 현재 월가의 예상은 테이퍼링의 경우 기존 예측대로 11월 발표 후 내년 중반까지 끝낼 걸로 봅니다. 제로금리로 계속 경기를 떠받치면서 자산매입은 줄여 금리인상을 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 놓는다는 개념이죠.
금리인상은 내년이 아니라 더 늦어질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옵니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나온 점도표에는 빠르면 내년 금리인상이 가능하다는 거였는데요.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테이퍼링은 다음 FOMC 회의에서 발표하고 내년 중반께 끝낼 확률이 높다”며 “하지만 그 다음 질문은 성장이 어느 지점에 있느냐, 노동시장은 어디냐, 인플레는 어떠하냐가 될 것이다. 우리의 예측대로라면 성장은 훨씬 더 완만해질 것이며 인플레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기준으로 2% 수준으로 내려올 것이어서 2023년까지 금리인상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습니다.
내년에는 연준의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말인데요. 인플레가 잦아들 것이라는 전제가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하겠습니다.
이와 관련해 ADP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넬라 리처드슨은 “(지금 상황은) 높은 유가와 경제의 다른 병목현상(공급문제)이 겹쳐진 것”이라며 “이는 연준을 불편하게 할 것”이라고 했는데요.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고용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경기도 둔화하는 난처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거죠. 연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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