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2일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 수사팀은 이날 오후 김 씨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뇌물공여, 횡령 등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김 씨의 구속영장에는 1,100억 원대 배임 혐의가 적시됐다. 수천억 원대 배임 혐의로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공범이라고도 적으면서다. 검찰은 또 화천대유가 곽상도 국회의원(무소속) 아들에 대해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50억 원도 뇌물로 판단해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했다.
유 전 본부장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는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 녹취록대로 개발 이익의 25%인 700억 원 지급 약속과 올해 1월 이미 지급한 5억 원을 함께 적었다. 또 김 씨가 화천대유에서 빌린 473억 원 중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은 55억 원에 대해서는 횡령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에 대한 영장 실질 심사는 14일 오전 10시 30분 열릴 예정이다. 검찰이 김 씨에 대한 신병 확보에 성공할 경우 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성남시의회와 성남시, 법조계 인사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씨는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와 관련한 의혹도 받고 있다. 정 회계사의 녹취록과 유 전 본부장의 측근인 정민용 변호사의 자술서에는 천화동인 1호의 지분 일부는 유 전 본부장의 몫이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씨가 성남시의장에게 30억 원, 성남시의원에게 20억 원 등 로비 대상과 금액을 열거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김 씨는 지난 11일 검찰 조사에 출석해 관련 내용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정 회계사의 녹취록에 담긴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도 “사업 비용을 정산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생겨 장난 치듯 주고받은 대화”라는 취지로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날 검찰이 영장을 청구한 직후 김 씨 측은 신빙성이 떨어지는 정 회계사의 녹취록을 근거로 썼다며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김 씨 변호인은 “동업자 중 한 명으로 사업비 정산 다툼 중에 있는 정영학과 정영학이 몰래 녹음한 신빙성이 의심되는 녹취록을 주된 증거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데 대해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전날 김 씨에 대한 조사에서 피의자와 변호인의 강한 이의 제기에도 불구하고 주된 증거라는 녹취록을 제시하거나 녹음을 들려주지 않고 조사를 진행한 것은 법률상 보장된 피의자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조사 하루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김 씨의 석연치 않은 해명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 회계사의 녹취록과 관련해서도 향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허위 사실을 녹음하도록 방치했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김 씨는 대법원 구내 이발소를 방문하기 위해 편의상 ‘권순일 대법관 방문’이라고 썼다는 해명으로도 ‘거짓’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대법원 내규상 외부인이 대법원 사무실을 방문할 때는 원칙적으로 방문 대상 대법관실에 연락해 확인 절차를 거쳐야만 출입을 허용하고 있어서다. 김 씨가 이발소를 방문하더라도 임의로 갈 수 있는 게 아니라 권순일 당시 대법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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