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리의 주적은 미국이나 한국이 아니며 동족끼리 무장을 사용하는 끔찍한 역사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자위권 차원에서 국방력 강화는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며 국방발전전람회에서 극초음속 미사일 등 각종 신형 무기도 과시했다. 국방력 강화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한 것인데 북한이 새로운 무기 시험을 이어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무력시위를 이어가며 한미를 압박하는 등 대북 태도 변화를 촉구할 것이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12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3대혁명전시관에서 열린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 기념 연설에서 “우리의 군사력을 부단히 키우는 것은 시대적 요구이자 책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한 근거로 남측의 군사력 증강을 내세웠다. 그는 우리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구매한 스텔스 전투기와 고고도 무인정찰기,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이후 남측의 미사일 개발 등을 거론하며 “남조선의 군비 현대화 시도가 도를 넘을 정도로 노골화됐다”고 비판했다. 또 남측이 군사력 증강에 힘을 쏟으면서 북측의 무기 시험은 무력 도발이라고 하는 등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고 주장했다.
미국에 대해서는 북한에 적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이라고 촉구했다. 그는 “미국은 우리 국가에 적대적이지 않다는 신호를 빈번히 발신하고 있지만 적대적이지 않다고 믿을 수 있는 행동적 근거는 하나도 없다”며 “조선 반도의 정세 불안은 미국이라는 근원 때문에 쉽게 해소될 수 없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다만 미국과 한국 모두 북한의 주적이 아니라며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이날 전람회에서 지난 5년간 개발한 첨단 무기를 한자리에 모아놓고 국방력도 뽐냈다. 지난 3월 시험 발사했던 신형 전술유도탄을 비롯해 극초음속 미사일, 신형 반항공(지대공) 미사일이 전시됐다.지난해 10월 당 창건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했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6형과 ‘미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불릴 만한 신형 무기도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신무기 과시와 김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대북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전형적인 북한의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전격적으로 대화에 나서기 전까지 무력시위를 이어가며 한국과 미국을 압박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신형 무기들을 공개하는 한편 이를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대화에 나서기 위한 명분을 보여달라고 미국에 요구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변화를 촉구했는데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 실질적 행동 변화를 묻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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