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11일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 기념 연설에서 “강력한 군사력 보유 노력은 주권국가가 한시도 놓치지 말아야 하는 당위적인 자위적이며 의무적 권리”라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자위적 차원임을 들어 핵·미사일 고도화를 정당화하려는 궤변이고 전쟁 대신 평화를 내세워 대북 제재 완화 등을 얻어내려는 기만전술이다.
김 위원장은 이와 함께 한국과 미국을 비난하면서 화전 양면전술도 구사했다. 한미연합훈련과 한국의 첨단 무기 구매 및 미사일 개발 등을 열거하며 “도가 넘을 정도로 노골화되는 남조선의 군비 현대화 시도”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미국이 적대적이지 않다고 믿을 수 있는 행동적 근거는 하나도 없다”면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김 위원장이 재차 이 문제를 거론한 것은 한미 동맹 균열과 우리 군의 안보 역량 약화 등을 노린 것이다.
이 와중에도 문재인 정부는 내년 대선 전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종전 선언과 대북 제재 완화 카드를 꺼내며 대화 타령을 하고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종전 선언을 포함해서 미국과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어차피 비핵화 협상이 진행된다면 대북 제재 완화 문제도 같이 논의해야 하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 외교 안보 정책의 핵심 참모 역할을 해온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은 호재가 될 것”이라며 남북정상회담과 종전 선언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잇단 도발을 애써 외면하고 남북 이벤트 성사를 위해 저자세로 대북 보상에 나선다면 김정은 정권을 오판하게 만들 뿐 아니라 우리 안보의 허점도 커질 것이다. 정부는 북한의 양면 전술에 더 이상 놀아나지 말고 한미 동맹 강화와 북핵 폐기에 주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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