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스타트업에 뛰어든 이유요? ‘잘 몰라서’ 였습니다. 코딩 로봇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할 때까지만 해도 금방 만들 수 있겠지 하고 생각을 했죠. 그런데 하다 보니 자금부터 마케팅까지 문제가 한 두 개가 아니더군요. 망하지 않으려고 7년 동안 잠 자는 시간 빼고는 온종일 로봇에만 매달렸습니다.”
국내에서 코딩 교육용 무선 블록 로봇을 만든 신재광(사진) 큐브로이드 대표는 12일 경기도 부천 춘의테크노마트2동 사무실에서 가진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제조 스타트업은 투자 받기 힘든 업종”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신 대표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전공부터 3가지다. 대학에는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했지만 중간에 법학과에 편입했고, 대학원에 진학해서는 경영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창업도 모아 놓은 자금이 있어서 한 것이 아니다. 무일푼이라 프로그램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창업 비용을 마련했다.
지금 그가 이끄는 큐브로이드는 국내 코딩 교육 시장에서는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기업. 특히 주력 상품인 코딩 교육용 블록 로봇 ‘코딩 블록’은 마치 장난감 놀이를 하듯 로봇을 만들면서 코딩 교육을 할 수 있는 최초의 제품이다. 각 블록마다 각자의 기능을 갖고 있어 레고처럼 조립하면 스스로 움직이며 제 역할을 하는 게 특징이다.
그가 코딩 교육용 블록 로봇을 만들게 된 이유는 ‘딸 사랑. 그는 “처음에는 유아용 앱을 만들었죠. 딸이 유선 로봇을 보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선 없이 쉽게 만들 수 있는 로봇을 찾았는데 없더군요. 생각하다가 로봇을 블록으로 싸서 작게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스타트업이 제조업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제조업을 하려면 개발 후 양산 설비를 갖추고 매출을 낼 수 있어야 한다. 하루 이틀에 이뤄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적어도 5년 이상은 걸린다. 게다가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회사가 어느 정도 안정이 돼야 한다. 이 정도 시간을 기다려 줄 투자자는 별로 없다. 제조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기 힘든 이유다. 신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국내에서는 회사 가치도 낮게 평가하고 투자하려는 곳도 별로 없었다"며 “결국 스스로 크거나 해외에서 펀딩을 받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창업 당시를 회고했다.
다행히 ‘퀵 스타터’라는 해외 클라우드펀드와 민관창업지원프로그램 ‘TIPS’ 등을 통해 초기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고 이후 입 소문을 타고 신용보증기금과 스타트업 투자자들까지 가세하면서 이제는 약간 ‘돈 걱정’을 덜었다는 게 신 대표의 설명이다.
이렇게 등장한 것이 ‘코딩 블록’이다. 나오자마자 큰 화제를 끌었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수 백만 원에 팔리던 것을 수십 만원 대로 낮췄으니 그럴 수 밖에. 최근에는 AI로봇 ‘아티보’도 선보였다. 신 대표는 “아티보의 특징은 이미지와 음성 인식 등의 AI 기능을 활용한다는 점”이라며 “이를 통해 나만의 AI 로봇을 활용하고 AI의 기본 개념을 학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적은 나쁘지 않다. 코딩 블록은 학교를 중심으로 판로를 뚫은 상태고 AI로봇도 일본에서만 1,000개를 판매하는 등 전 세계 28개국에 팔렸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는 2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장애물은 AI로봇의 경우 많이 팔릴수록 서버 구축에 대한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신 대표는 “서버 부족으로 AI로봇의 해외 사업은 일단 중단한 상태"라며 “당분간은 국내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로봇이 좋다고 했다. 그래서 누구보다 사업을 잘하고 싶다. 신 대표는 “사업을 시작한 이후 7년 동안 잠자는 시간 외 온종일 로봇에만 매달렸고 이제는 관심 영역을 관심 영역을 넓힌 상태”라며 “망하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 앞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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