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죄로 두 건의 3년과 1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사기범이 구치소에서 다른 사기범에게 사기를 친 데에 가중 처벌을 해야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앞서 1·2심에서 연속으로 집행된 징역형을 사실상 4년으로 하나의 형으로 간주했으나 대법원은 두 징역형을 별개로 봐야 하므로 첫 형기가 끝난 지 3년이 지나지 않았을 때 적용하는 ‘누범’ 조항에 따라 가중처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4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2019년 4월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A씨는 옆방 수용자 B씨가 사기 사건 합의금 마련을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안 뒤, 재력가 행세를 하며 '나에게 아파트가 있는데 체납된 세금을 낼 돈을 주면 소유권을 이전해주겠다'고 속여 총 2,260만원을 송금받은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애초에 명의 이전을 해줄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지 않았으며 B씨에게서 받은 돈은 자신의 형사 사건 합의금으로 쓸 생각이었다고 조사됐다.
쟁점은 A씨가 저지른 범죄가 ‘누범’에 해당하는 지였다. A씨는 2016년 6월 사기죄로 징역 1년과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무거운 형을 먼저 살게 하는 규정에 따라 3년형부터 복역했다. 3년형은 2018년 5월 집행이 종료됐다. 1년형이 끝나기 한 달 전, A씨는 해당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
검찰은 A씨의 옥중 사기가 누범이기 때문에 가중처벌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형법 35조에 따르면 금고형·징역형 집행이 종료·면제된 뒤 3년 안에 다시 금고형·징역형에 해당하는 죄를 저지른 사람은 누범으로서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했다. A씨는 2018년 한 차례 징역형을 마쳤기 때문에 새로운 사기 범행은 누범이라는 게 검찰 측 주장이었다.
그러나 1·2심 재판부는 3년형에 이어 석방 없이 1년형을 복역했으니 사실상 징역 4년을 선고받은 것과 동일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두 개의 판결이 선고된 것은 경합범(금고형 이상의 판결이 확정된 죄와 해당 판결 확정 전에 범한 또 다른 죄) 전과의 존재 때문”이라며 “경합범의 존재로 인해 하나의 판결에서 두 개의 형이 선고되는 경우 누범 가중에서는 하나의 형을 선고한 것과 같이 취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수감 중 A씨에게 비교적 가벼운 징역 4개월이 선고됐다.
대법원 판단을 달랐다. 대법원 재판부는 “원심은 하나의 판결에서 두 개의 형을 선고하는 경우 누범 가중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이유로 누범 가중을 하지 않았다”며 “누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해당 판례는 ‘각 형을 연이어 집행 받음에 있어 하나의 형의 집행을 마치고 또 다른 형의 집행을 받던 중 먼저 집행된 형의 집행종료일로부터 3년 내에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를 저지른 경우에, 앞서 집행을 마친 형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는 누범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에 A씨의 사기죄의 경우 당시 집행 중이던 1년형과는 누범 관계가 아니지만 이미 복역이 끝난 3년형에 대해선 누범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한편 A씨는 해당 사건과 별개로 서울북부지법에서 20년 3월 사기죄로 징역 1년 6개월 및 징역 10개월의 형을 선고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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