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자동차 업계의 눈길을 끄는 소식이 나왔다. 중국 3대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이 자율주행 차량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직접 제작한다는 것이었다. 비약적인 성장으로 ‘대륙의 테슬라’라는 별칭까지 얻은 샤오펑이지만 반도체까지 손수 만든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얘기였다. 하지만 업계는 샤오펑의 계획을 허황된 꿈으로 치부하지 않았다. 자율주행 등에서 경쟁 업체보다 앞선 기술력을 보여왔기에 반도체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믿었다.
샤오펑은 2014년 모바일 브라우저 개발 업체 UC웹의 창업자 허샤오펑과 중국 자동차 업체 GAC에서 자율주행을 연구하던 샤헝과 허타오 등이 손을 잡고 만든 기업이다. 허샤오펑은 알리바바로부터 43억 달러를 받고 UC웹을 팔았는데 이 중 상당 규모를 자신의 이름을 딴 샤오펑에 투자하며 제2의 도전에 나섰다. 샤오펑은 설립 초기부터 기술 개발에 자금을 쏟아부었다. 지난해 6월 전체 직원 3,676명 가운데 43%가 연구개발 관련 업무에 종사할 정도다. 이들의 가능성에 알리바바와 샤오미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줄줄이 투자에 나섰다.
샤오펑은 2017년 10월 첫 번째 전기차인 ‘샤오펑 1.0’ 양산에 들어간 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샤오펑 G3·P7 등 신차를 줄줄이 선보이며 지난해 총판매량이 2만 7,041대까지 늘었고 니오·리오토와 함께 중국 3대 전기차 업체 반열에 우뚝 섰다. 샤오펑의 성장세에 카타르투자청과 아부다비국부펀드 등도 투자자로 참여했다. 첨단 기술 개발 의지도 더욱 강해졌다. 지난달에는 사족 보행을 하는 ‘로봇말’을 공개하고 1년 내 플라잉카 출시 계획도 내놓았다.
샤오펑이 12일 창업 7년 만에 누적 생산량 10만 대를 달성했다. 2003년 설립된 테슬라가 12년이 지나 10만 대 생산 기록을 세운 것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빠르다. 샤오펑은 광저우·우한 등에 공장을 추가로 세워 연산 능력을 40만 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우리 기업들이 미래차 개발에 힘을 쏟고 있지만 생산·판매 현장에서 노조에 발목이 잡히는 등 암초가 적지 않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더 분발하지 않으면 휴대폰과 배터리처럼 중국 기업에 따라잡힐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