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탄소 중립 정책을 과속으로 밀어붙이는 가운데 프랑스 등 유럽 10개국 경제·에너지장관들이 원자력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공동 기고문을 유력 신문들에 게재했다. 이들은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 등에 실린 글에서 “기후변화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탄소 배출이 없는 원전이 필요하다”며 “기후변화와 싸울 때 원전은 최상의 무기”라고 역설했다.
미국 환경정책연구소 ‘브레이크스루’의 창립자인 테드 노드하우스도 최근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에 실린 기고문을 통해 원자력발전이 현재로서는 환경과 에너지 문제에 대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전환이 가장 많이 이뤄진 곳들은 오늘날 전력 부족 위기, 아주 높은 전기료, 현상 유지 또는 증가된 탄소 배출량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노드하우스는 독일?영국과 미국 캘리포니아가 재생에너지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석탄?디젤?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에 더욱 의존하는 역설적 상황을 거론했다.
이에 따라 유럽 여러 국가에서 탈원전 포기와 원전 유턴 정책들이 이어지고 있다. 취임 초 탈원전을 추진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원전 확대 및 혁신 정책을 발표하며 기존 공약을 뒤집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12일 혁신적이고 친환경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프랑스를 재산업화하기 위한 ‘프랑스 2030’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소형 원자로, 전기자동차, 친환경 항공기 등에 300억 유로(약 41조 원)를 투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마크롱은 “2030년까지 핵폐기물 관리 방식이 개선된 혁신적인 소형 원자로를 구축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일본도 속속 원전을 재가동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도 추가 원전 건설에 적극 나섰다. 우리 정부도 원자력 비중을 대폭 줄이고도 탄소 중립을 이룰 수 있다는 환상과 아집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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