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가 채무 비율이 35개 선진국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3일 내놓은 재정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지난해 47.9%에서 2026년 66.7%로 18.8%포인트나 증가한다. 35개 선진국의 평균 국가 채무 비율이 같은 기간 122.7%에서 118.6%로 4.1%포인트 감소하는 것과 비교하면 나랏빚이 홀로 역주행하는 것이다.
IMF는 다른 선진국들은 성장률이 개선되면서 국가 채무 비율이 낮아지는 반면 한국은 재정지출이 늘면서 국가 채무 증가 속도가 빨라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IMF가 내놓은 국가 채무 비율은 중앙·지방정부의 부채를 기준(D1)으로 한다.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공공 부문 부채가 많으므로 실제 국가 채무 비율은 공공 기관, 공기업 부채와 공무원 연금 충당 부채까지 포함하는 D4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게 적합하다. D4 기준 국가 채무 비율은 2018년에 이미 106.5%에 달했기 때문에 5년 후에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나랏빚은 ‘빛의 속도’로 늘어나는데 이를 제어할 안전장치인 재정 준칙 근거 법률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한국형 재정 준칙은 국가 채무 비율 한도를 60%로 여유 있게 잡은 데다 예외 조항까지 둬 있으나 마나 한 수준이다. 그마저도 국회에 계류된 재정 준칙 관련 법률은 방치돼 있어 준칙 시행은 다음 정권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지금 우리나라는 원자재 가격과 소비자물가의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런데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를 만난 자리에서 “내년에도 확장 재정 편성을 추진 중”이라며 자랑하듯 말했다. 그러잖아도 돈이 넘쳐나는데 대선에서 표를 얻기 위해 추가로 뿌려댄다면 복합 위기가 가속화할 수 있다. 잠재성장률이 2%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재정에 의한 성장은 한계가 있다. 정부는 나라 곳간을 지키면서 지속 성장을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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