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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24시] 국제정치 무대서 韓의 ‘줄서기’

이춘근 국제정치아카데미 대표

한미동맹 이후 안보·경제 안정 유지

文정부선 곳곳 노골적 親中 움직임

G2 패권 대결 美 승리 너무도 자명

‘고종의 비애’ 반복 않도록 신중해야





고종 황제는 국제정치상의 줄서기에 실패하는 바람에 나라를 잃고 말았다. 힘이 약한 나라들은 물론이지만 강대국들도 줄서기를 잘해야 한다. 줄서기라는 말을 보다 품위 있는 학술적인 말로 표현한다면 ‘올바른 국가 전략 수립하기’ 혹은 ‘올바른 동맹 만들기’가 될 것이다.

조선은 세계 정치 주도 세력이 영국과 미국, 즉 해양 세력이던 19세기 후반, 대륙 국가인 러시아 쪽으로 편파적인 줄서기를 했었다. 그럼으로써 영국이 러시아를 견제할 세력으로 일본을 적극 지지하고 키워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버렸다. 오랫동안 누구와도 동맹을 맺지 않는다며 고립주의적 전통을 자랑했던 영국은 1902년 영일동맹을 체결, 일본으로 하여금 러시아를 견제하게 했다. 고종은 당시 조선 정부의 고문관이었던 묄렌도르프의 조언을 충실히 따랐다.

독일인이었던 묄렌도르프는 조선이 러시아와 수교하고 친하게 지냄으로써 독일의 라이벌인 영국이 아시아에서 러시아와 다투느라 고생하기를 원했다. 사실 묄렌도르프는 독일 외무성으로부터 “러시아라는 곰을 동아시아 목장으로 유인하라”는 지령도 받았었다.

명치유신 이후 1차 세계 대전에 이를 때까지 국제정치적인 줄서기를 잘함으로써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일본은 2차 대전 당시 영미가 아닌 독일·이태리 쪽으로 줄을 서는 바람에 핵폭탄을 두 발이나 맞고 무조건 항복을 해야 하는 국가 패망을 경험했다.



오늘날의 대한민국도 줄서기를 잘해야만 하는 국제정치적 운명에 놓여 있다. 한국전쟁 이후부터 2000년대 초반에 이를 때까지 대한민국은 국제정치적 줄서기를 아주 잘했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과 세계 최고의 경제력을 갖춘, 그리고 자유민주주의 정치 체제를 갖춘 미국과 동맹국이 된 후 대한민국은 적극적인 친미 국가로 행동했다. 냉전의 최전선에서 자유 진영 즉 미국 진영을 위해 열심히 싸웠다. 그래서 상응하는 쏠쏠한 반대 급부를 취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은 한국전쟁 종식 후 70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 한미동맹이 제공하는 국가 안보를 향유할 수 있었고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의 자유무역 질서 속에서 급속한 경제성장도 이룰 수 있었다. 미국은 최고의 냉전 파트너인 한국의 경제 편의를 많이 봐줬다. 군사 동맹국 한국의 작은 반칙들을 눈감아 주기도 했고, 5대양 6대주를 누비는 대한민국의 화물선과 유조선은 미국 해군이 지켜줘야 할 자산이기도 했다.

21세기가 시작되고 세 번째 10년(decade)이 막 시작된 현재, 한국의 정책 결정자들이 미국 편에 더 이상 줄서기를 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대단히 자주 발산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주미대사·외교장관·안보특보 등이 툭툭 던지는 언급들이 자못 심상치 않다. 더 이상 우리는 미국 편에 서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말들이 주류다. 대놓고 친중(親中)하자는 사람들도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대결은 운명적으로 미국의 승리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이 한국에는 너무나 많다. 이 세상 어떤 패권국도 자신의 패권을 도전자에게 평화적으로 양보한 적은 없었다. 하물며 전쟁을 언제라도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국가정책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미국이 중국에 평화적으로 패권을 양보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사실 중국도 미국 편에 줄서는 바람에 오늘날의 지위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미국은 멍청하게 있다가 군사력으로 중국과 경쟁해야만 할 상황에 당면할 순진한 나라가 아니다. 미국은 중국이 더 강해지기 전에 중국을 제압할 것이다. 지금 미국이 그러고 있다.

법적으로 우리 편이고, 도덕적으로도 우리 편인 미국에 계속 줄 서야 한다. 패권 경쟁에서 승리할 것이 확실한 미국을 떠나 법적, 도덕적, 정치 경제적으로 우리 편이라고 볼 수 없는 중국에 줄 선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고종 시대보다도 더 큰 실패에 당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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