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폴란드와 헝가리가 법치주의에 어긋난 행보를 보이면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17일(현지 시간) 디디에 렝데르 EU 집행위원회 사법총국 장관은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수일 또는 수주 안으로 (이들 국가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폴란드와 관련해서는 “강력한 대응을 위해 정보를 모으고 있다”며 “(앞으로 EU의 움직임은) 폴란드의 행동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7월 EU 정상들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타격을 입은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7,500억 유로(약 1,031조 원) 규모의 경제 회복 기금 조성과 1조 740억 유로(약 1,477조 원) 규모의 장기 예산안 편성에 합의했다. 당시 EU는 폴란드와 헝가리에 자금 지원을 받으려면 법치주의를 존중하라고 요구했고 이들 국가의 법치주의 위반 여부는 유럽사법재판소(ECJ)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EU가 폴란드와 헝가리에 지급하기로 한 보조금은 각각 360억 유로와 72억 유로다.
폴란드와 헝가리에 보수·민족주의 성향의 정권이 들어선 후 EU와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EU는 폴란드와 헝가리에 사법부의 독립성을 흔들고 성 소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정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최근 폴란드 헌법재판소가 EU의 조약이나 결정보다 국내법인 폴란드 헌법이 더 앞선다는 결정을 내리며 갈등이 격화했다. 즉 EU가 반대해도 폴란드는 여당이 주도하는 하원이 법관을 인선하는 위원회에 대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EU는 오는 21일부터 이틀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폴란드와 헝가리의 사법부 장악 움직임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EU 내에서도 ‘보조금 지급 중단’ 카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 문제를 성급하게 다루지 말고 ECJ의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영국의 (EU) 탈퇴는 큰 슬픔이었다”며 EU가 국가 간 차이를 극복하고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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