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3국 정보수장이 19일 서울에서 비공개 회동을 열고 대북문제를 집중 논의한다. 특히 미국에서 진행된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서 종전선언 구상이 집중적으로 다뤄진 만큼 서울에서도 종전선언에 대한 북한의 반응과 예상 시나리오 등이 공유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 다키자와 히로아키(瀧澤裕昭) 일본 내각 정보관은 이날 오전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 5월 일본 도쿄에서 이뤄진 후 5개월 만의 3자 회동이다.
특히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유엔총회에서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한 협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앞서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8일(현지시간)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 후 "종전선언 제안을 계속 논의하기를 고대한다"며 종전선언이 북미 간 협상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북한은 종전선언 논의에 앞서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회가 먼저라는 입장이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통일의메아리'는 이날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조국통일연구원 현철 실장 명의의 글을 통해 "종전선언 문제는 선후차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종전선언에 앞서 강도적인 이중적 태도, 반(反)공화국 적대시 관점과 정책에서 우선 벗어나는 것이 순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북한의 ‘선 적대시 정책 철회’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날 미국의소리(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은 적대시 정책 때문에 대화해 봐야 소용없다고 말하려 하지만, 끝내야 할 적대시 정책이 무엇인지 정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미국 6자회담 차석대표도 힐 전 차관보도 “북한은 협상에서 진전을 보지 못할 때, 그리고 미국, 한국, 일본 등과의 관계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 적대시 정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다가 막상 원하는 것을 얻고 진전이 이뤄지면 그 말을 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미일 정보수장 회동을 앞두고 미국 측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첫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일본의 협력을 통한 대중 견제 분위기를 도모하는 데에도 관심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일본 측은 기시다 후미오 신임 총리 취임 후 다키자와 정보관이 처음 한국을 찾은 만큼 새로운 대북 정책 기조를 확인하고 한미일 3국 간 정보협력 강화에 주목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박 원장은 전날 한미·한일 정보수장 회동을 통해 한반도 정세와 종전선언 구상 등을 설명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 등 15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헤인스 국장은 전날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도 만나 대북문제를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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