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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클럽남’ 꼬리표 붙은 확진자…인권위 “인권 침해”

직장 위치·층수 등 과도한 공개로 주변인 쉽게 유추 가능…지자체에 개선 권고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상가 건물의 모습이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지난해 5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된 이후 각종 신상정보와 함께 이태원 클럽 방문 사실이 공개된 남성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격권과 명예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3월 방역당국과 지방자치단체의 과도한 확진자 동선 공개는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방역당국이 특정한 확진자 동선 공개를 지목해 인권침해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일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 A씨는 "감염병 예방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역학조사관을 통해 확인한 본인의 연령, 성별, 거주지, 직장, 이태원 클럽 방문 사실 등의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공개했다"며 경기도 자치단체 B시를 상대로 진정을 제기했다.

A씨는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남성으로, 그가 확진 판정을 받은 당일 해당 지자체의 신규 확진자는 A씨가 유일했다. 당시 B시는 A씨의 근무지를 몇 층 어느 지점이라고 구체적으로 공개했고 그가 증상 발현 7일 전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다는 사실도 함께 공개했다.

지자체는 "동선 공개는 관련 법령과 지침 내에서 이뤄졌다"며 "개인을 특정할 수 없어 사생활 침해가 발생할 여지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감염병 전파 차단과 확산 방지를 통해 시민과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위는 A씨가 확진 판정을 받은 날 신규 확진자는 A씨 1명뿐이었고, 구체적인 직장명까지 공개돼 A씨 주변인은 언론에 보도되는 확진자가 A씨라는 걸 쉽게 유추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해당 지자체가 A씨의 이틀치 동선과 근무지 등을 공개한 것을 두고 "공공의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고 했지만, A씨의 이태원 클럽 방문사실을 함께 공개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이 특별히 문제되는 것은 개인이 특정될 수 있는 상황에서 이태원 클럽 방문 사실에 대한 정보가 추가로 결합함으로써 진정인에게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라면서 "증상이 발현되기 7일 전 다녀온 이태원 클럽의 동선을 공개 대상에 포함할 타당한 이유는 없었다"고 전했다.

특히 당시 언론들이 이태원 클럽 방문자들을 성적 지향성과 관련지어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상황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감내해야 할 수준 이상의 개인정보의 노출과 그에 따른 사회적 비난을 받게 돼 피진정인의 정보공개 행위를 정당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인권위는 B시 시장에게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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