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이 정권 교체에 맞춰 5년마다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는데 자율형사립고도 그렇지 않을까요. 지금은 자사고를 4년 후에 일괄 없앤다고 하는데 그 전에 정책이 폐기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서울 거주 학부모 A 씨)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자사고를 비롯한 국제고·외국어고가 오는 2025년 3월 일괄 일반고로 전환되지만 상당수 학부모들은 예정대로 진행될지 의구심을 제기한다. 서울 8곳 포함 전국 10개 자사고가 1심 소송에서 모두 지위를 유지하는 쪽으로 판결이 나온 데다 내년 상반기에 들어설 차기 정권이 시행령을 되돌려 이들을 존속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사고의 한 관계자는 “교육 당국이 지금은 자사고 지위를 내려놓도록 압박하고 있지만 내년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어떻게 될지 몰라 일단 버텨보자는 학부모들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양정호 성균관대 연구팀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6월 서울 지역 학부모 1,00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55.1%가 차기 정부에서 자사고 폐지 정책이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26.2%만 유지될 것이라고 답했다.
학부모들의 이 같은 생각은 교육정책에 대한 불신에서 기인한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이 무색하게 역대 정부의 교육정책은 대통령 임기 5년마다 춤을 췄다. 평준화 정책을 골자로 한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도 마찬가지다. 양 교수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답한 비율은 62.5%에 달했다. 40~44세는 66.6%, 45~49세는 60%, 50세 이상은 61.5%, 39세 이하는 59.5%가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학부모 전 연령대에서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낙제점을 줬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수월성 교육에 대한 수요가 있어 자사고가 설립됐는데 일괄적으로 폐지한다고 하니 학부모 반발이 생기고 교육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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