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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서울 도심 게릴라 집회...시민들 교통 혼잡에 "어떻게 가나" 항의

서울 등 전국14곳 4만~5만 추산

충돌 없었지만 거리 곳곳서 실랑이

마스크 벗고 방역수칙 위반 모습도

警, 불법 규정 전담수사본부 편성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0일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에서 도로를 점거하고 집회를 열고 있다./성형주 기자




코로나19 방역 우려에도 민주노총이 20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14개 지역에서 총파업과 대규모 집회를 강행했다.

경찰은 이날 이른 아침부터 서울광장 프라자호텔 인근에서 광화문광장까지 남북 구간, 서린동 일대에서 구세군회관까지 동서 구간에 십(十)자 형태의 차 벽을 형성했다. 일부 횡단보도 이용이 금지되는 등 통행 통제가 이어지자 시민들이 경찰에게 우회로를 물어보거나 항의하는 등 혼란도 빚어졌다.

시청역 인근의 중부등기소를 찾은 대학생 이 모(23) 씨는 “지하철이 시청역을 지나쳐 충무로역에서 여기까지 30분 걸어왔다”며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버스도 운영이 중지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빽빽이 형성된 차 벽 사이에 난 틈으로 빠져나오다 “어떻게 가라는 것이냐”고 화를 내며 경찰 버스를 손으로 치기도 했다.

오후 1시 40분경 민주노총이 서대문역 사거리에서 집회를 개최한다는 발표가 나오자 삼삼오오 모여 있던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집회 장소로 집결했다. 서울시청과 광화문 주변에 밀집했던 경찰도 방패를 들고 뛰면서 급히 이동했다. 경찰은 이날 총 171개 부대 약 1만 2,000명의 병력을 동원했다.

서대문역 사거리에 모인 조합원들은 독립문역 방면으로 길게 흩어져 7개 차로를 점거한 후 오후 2시 30분께 본격적으로 집회를 시작했다. 코로나19 유행 속 많은 인원이 모인 것을 의식한 듯 마스크를 벗거나 크게 소리를 내는 조합원은 없었다. 하지만 서로 밀착해서 이동을 하는 등 방역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스피커로 노래를 크게 튼 탓에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은 귀를 막거나 얼굴을 찌푸리며 놀라기도 했다.

이날 민주노총 측과 경찰 간에 눈에 띄는 물리적 갈등은 없었다. 경찰은 방송을 통해 “장시간 도로 점거로 인해 교통 체증이 심화되고 있다” “속히 집회를 중단하고 해산해 달라” “집시법 위반에 따라 채증을 시작한다”며 경고했지만 강제 해산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다만 집회 시작 전 일부 구간에서는 경찰이 이동을 제지하자 집회 참가자들이 반발해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외에도 전국 14개 지역에서 동시에 집회를 열었다. 비정규직 철폐, 노동권 보장, 돌봄과 의료 교육 등 공공 부문 보호 강화, 일자리 국가 책임 등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조합원 110만 명 가운데 약 55만 명이 참여할 것으로 공언했지만 총파업에 참가한 조합원은 4만~5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번 총파업으로 민간 사업장별 피해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공무원노조 등이 총파업에 참여해 급식과 돌봄 서비스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정부가 우려하는 부분은 집회로 코로나19 재확산이 일어날 가능성이다. 만일 재확산된다면 11월부터 위드 코로나로 방역 체계를 전환하려는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방역 수칙을 준수하고, 7월 3일 8,000여 명이 모인 집회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항변해왔다. 하지만 이날 서울 집회에서는 서로 밀착해서 이동을 하는 등 방역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일부 거리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담배를 피는 조합원들의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시민들은 민주노총의 집회 강행에 대해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대학생 이 씨는 “불편하긴 하지만 집회를 매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집회 장소 인근 아파트 주민 최 모(33) 씨도 “아이가 하교 중인데 차로가 점거돼서 셔틀버스가 이동을 못하고 있다”며 “어디서부터 교통이 끊긴지 몰라 아이가 집에 잘 올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자영업자와 대학생 단체는 집시법 위반 혐의로 민주노총을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민주노총의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불법 행위 수사를 전담할 수사본부를 편성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후 집회 종료 뒤 낸 입장문에서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67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편성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서대문역 등 도심권 일대에서 대규모 불법 집회를 강행한 집회 주최자와 주요 참가자들에 대해 출석 요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0일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에서 도로를 점거하고 집회를 열고 있다./성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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