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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철로 만든 아이언맨과 무쇠로 된 마징가Z가 싸우면?

■소재, 인류와 만나다

홍완식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펴냄





슈퍼맨과 아이언맨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난센스 퀴즈가 아니라, 과학적 근거에 따라 답해야 하는 문제다. 힌트는 슈퍼맨을 내세운 영화의 원제가 ‘강철 사나이(Man of Steel)’라는 점. 누군가는 눈치챘을 정답은 슈퍼맨이다. 두 남자의 이름 앞에 붙은 소재는 각각 스틸과 아이언, 우리 말로 바꾸면 각각 강(鋼)과 철(鐵)이다. 두드리고 불에 달궈 단단해진 철을 원래의 그것과 구분해 서양에선 스틸(steel), 동양에선 강(鋼)이라 불렀다. 그러니 강과 철이 맞붙으면 강이 이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다음 문제. 이 슈퍼맨과 ‘무쇠로 만든 사람’ 마징가Z가 싸우면 승부는 어떻게 날까? 무쇠는 철에 탄소를 2% 이상 넣어 낮은 온도에서 녹게 한 것이다. 탄소가 이 정도 들어가면 쉽게 깨진다. 안타깝게도 마징가 Z는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팔다리가 부러지고 말 것이다.

신간 ‘소재, 인류와 만나다’는 이처럼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다양한 소재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인류 최초의 소재인 돌부터 도시 문명을 가능하게 한 청동, 로마 제국의 토대가 된 콘크리트와 유리, 산업혁명을 견인한 철강, 편리함이라는 선물과 환경 오염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긴 플라스틱에 이르기까지 소재의 시선으로 인류 역사를 되짚는다.



책은 인류가 끼니를 해결하고 도시를 창조하며 세상의 틀을 세운 시기에 활용한 소재인 돌, 금속, 청동, 흙, 콘크리트 유리를 조명하고, 전쟁과 세계 질서 재편 시기의 비료와 화학, 철강 이야기를 거쳐 현대 문명을 가능케 한 플라스틱과 섬유·수지 등으로 화두를 옮겨 간다. 단순히 인류 발전에 따른 소재·도구의 변화를 기술한 책은 아니다. 각각의 소재 이야기가 어학, 역사, 경제부터 영화, 음악에 이르는 풍성한 정보와 사례를 바탕으로 소개된다. 예컨대 불붙지 않는 필름 소재인 셀룰로스 아세테이트를 설명할 때는 명작 영화 ‘시네마 천국’이 등장한다. 영화 필름에 사용되던 셀룰로이드는 인화성이 강했는데, 영화 속에서는 셀룰로이드 필름을 상영하던 구식 영사기가 과열돼 필름에 불이 붙은 사건이 주인공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계기가 된다. 불이 잘 붙는 필름에서 화재 걱정 없는 필름으로의 전환은 영화사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이처럼 책은 소재의 역사나 화학적 특징을 기술하는 것에서 나아가 독자들이 보다 흥미롭게 ‘세상을 만든 재료들’에 다가가도록 한다. 재료공학, 화학 등 관련 전공자가 아닌 일반 독자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교양서다.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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