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전문가들은 표집 방식으로 바뀐 학업 성취도 평가도 중·고생 학력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학업 성취도 진단은 지난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전수 평가 방식으로 진행되다 줄 세우기 식 ‘일제 고사’라는 비판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017년부터 표집 평가로 전환했다. 현재는 중3과 고2 학생 중 3%만을 표집해 국어·영어·수학 성취도를 평가한다.
교육 당국은 코로나19로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학력 부진이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2017년 이후부터 기초학력 미달 비율 증가세가 뚜렷이 확인되고 있는 만큼 표집 평가 및 평가 등한시 기조가 결국 학습 결손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학부모들은 표집 평가가 학생들의 학력 저하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전국 초중고교 학부모 62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생들의 학력 저하가 평가를 등한시하는 교육 당국의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에 응답자의 58.0%가 동의했다.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15.8%에 그쳤다. 또 응답자의 57.5%가 ‘국가 주도의 전국 단위 시험을 통해 학생들의 학력을 진단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교육부도 6월 대책을 내놓았다. 현행 학업 성취도 평가를 확대·개편해 내년 9월부터 ‘맞춤형 학업 성취도 자율평가’를 도입할 예정이다. 희망하는 학교가 자율적으로 실시할 수 있으며 대상 학년도 기존 중3과 고2에서 ‘초3~고2’로 연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참여 여부를 학교 자율에 맡기는데다 3% 표집 평가는 기존처럼 유지하기로 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 의원은 “학업 성취도 평가가 현 정부 출범 이후 표집 평가로 바뀌면서 지역·학교별 학력 수준을 확인할 수 없게 됐고 학생들의 기초학력 하락과 학력 격차 확대로 이어졌다”며 “정확한 진단이 이뤄져야 대책 수립도 가능한 만큼 교육부는 학부모와 교육계 의견을 적극 수렴해 국가 주도 전국 단위 시험의 시행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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