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대장동 개발 의혹의 ‘키맨’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기소하면서 구속 때와 달리 배임 혐의를 제외했다. 이에 ‘꼬리 자르기’ 시도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검찰은 21일 남욱 변호사 등으로부터 3억 5,000만 원을 받아 챙기고 시행사인 화천대유에 수익을 몰아주기로 약속해 향후 수익금 700억 원을 받기로 했다는 뇌물 혐의만 적용해 유 전 본부장을 기소했다.
하지만 이미 구속된 유 전 본부장 구속영장의 핵심 사안인 배임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로부터 5억 원을 수수했다는 혐의는 쏙 빼버렸다. 유 전 본부장이 민간 업자에 이익을 몰아줘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수천억 원 상당의 손해를 가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는데 정작 공소장에서는 이를 삭제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배임 정황은 계속 나오고 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성남도개공 사장 직무대리였던 2015년 5월 화천대유 측과 사업 협약을 체결할 당시 대장동 개발 사업팀이 협약서 초안에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기안했지만 결재 과정에서 빠졌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데도 검찰이 배임 혐의를 제외한 것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공범 관계 등을 명확히 한 후 처리할 예정”이라는 군색한 해명만 내놓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의 배임 혐의는 당시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면서 대장동 사업 설계의 최종 결정권자였던 이 지사의 배임 공모 가능성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이 누락된 의혹에 대한 이 지사의 해명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이 지사는 국감에서 처음에 ‘일선 직원의 환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가 나중에는 “당시 보고를 받지 못했고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말을 바꿨다.
검찰은 수사 착수 22일 만에야 성남시청 시장실 등을 압수 수색했는데도 핵심 물증이 될 수 있는 이 지사와 그의 측근인 정진상 당시 정책실장 간의 e메일 기록은 확보하지도 않았다.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고 의혹을 덮으려 한다면 직무유기·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결국 특검을 통해 대장동 게이트의 ‘몸통’을 밝히는 게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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