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절반도 집행하지 못한 국비 사업 83개의 예산을 되레 6,000억 원 이상 늘려 내년 예산안에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와 지방교부금 등 의무지출이 점차 늘어 전체 예산의 절반(49.8%)에 달하는데 정부가 능력껏 써야 할 재량지출마저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2년도 예산안 총괄 분석’에서 국회예산정책처는 24일 “집행 실적이 부진한 사업은 총 83개이며 이들 사업에 대해 2022년 예산안에 전년(2조 3,254억 원) 대비 26.1% 증액된 2조 9,316억 8,200만 원이 편성됐다”고 지적했다.
집행이 부진한 것은 정부가 사업 예산을 쓸 이유를 찾지 못했거나 관계 기관과의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행 실적 50% 미만 사업 83개 가운데 사업 추진이 지연된 사업만 30개에 달한다. 아예 집행 사유가 발생하지 않은 사업도 20개다. 또 관계 기관 간 협의 지연 14개, 기타 11개, 지방비 미확보도 4개가 있었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 사업들의 내년 예산을 오히려 6,062억 원 더 늘려 잡은 셈이다.
주택성능보강 사업의 경우 지난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융자 지원 실적이 전무했다. 건축물관리법상 주거시설은 화재안전성능 보강을 위해 법적으로 지원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법적 근거도 명확하지 않은데 예산부터 잡은 것이다. 또 흑산도 소형 공항 건설 사업은 2017년 기본설계가 완료된 뒤 실시설계가 중단된 상황이다. 사업 재개 여부는 올해 10월 국립공원위원회가 결정해야 알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일단 예산부터 18.2%(81억 원) 늘려 잡았다. 비무장지대(DMZ) 평화적 이용 사업도 남북 관계가 불확실해 사업 실행 시기 예측이 어려운데 예산부터 33.9%(62억 원) 증액했다. 예정처는 이 사업들과 관련해 “실제 집행 가능성을 면밀하게 검토해 2022년 계획안 규모의 적정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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