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상 최대 실적이 확실시되는 테슬라가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칩 공급난으로 전기자동차 수령이 늦어지는 가운데서도 주문이 폭주하자 자신감이 붙었다. 주가도 최고가를 찍어 시가총액이 1,000조 원을 넘어섰다.
23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모델X 롱레인지와 모델S 롱레인지 가격을 각각 10만 4,990달러와 9만 4,990달러로 5,000달러씩 인상한다고 밝혔다. 모델Y 롱레인지와 모델3 스탠더드레인지 플러스 가격도 각각 5만 6,990달러와 4만 3,990달러로 2,000달러씩 올렸다.
테슬라가 차량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은 북미와 중국 시장에서 판매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테슬라는 3분기 전기차 인도량이 24만 1,3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금융 전문 매체 인베스토피디아는 “테슬라의 공급망이 여타 자동차 제조사에 비해 효율적”이라며 “이 때문에 칩 부족 현상도 덜하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도 "(반도체 공급난의) 역풍에도 불구하고 테슬라는 올해 분기마다 인도량을 늘리는 데 성공했으며 올해 최고 판매량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테슬라는 최근 주문 폭주로 예상 수령일까지 늦췄다. 전기차 전문지 인사이드EV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신규 주문에 대한 예상 수령일을 업데이트했는데 모델3의 경우 기존에는 오는 2022년 4월이었지만 휠 옵션에 따라 내년 5월이나 8월로 연기됐다. 모델S는 기존 2022년 4~5월에서 6월로, 모델X도 2022년 5~6월에서 내년 9월로 미뤄졌다. 테슬라 차량을 받으려면 기본적으로 1년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외신은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테슬라가 조만간 텍사스 오스틴과 독일 베를린 공장 가동에 들어가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는 현재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과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앞서 잭 커크혼 테슬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연내 오스틴과 베를린에서 차량을 처음 생산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기대감으로 주가는 연일 상승하고 있다. 전날 테슬라는 전 거래일 대비 1.8% 오른 909.68달러에 마감했다. 이로써 테슬라는 지난 1월 말(900.40달러)을 넘어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투자 전문 매체 배런스는 “테슬라 주가가 지난 3개월 동안 약 40% 상승해 시가총액이 약 9,100억 달러(1,070조 1,600억 원)로 늘었다”며 "최근 상승세는 믿을 수 없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최근 비트코인이 6만 6,000달러를 돌파한 것도 테슬라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3분기 말 기준 12억 6,000만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퓨처펀드의 게리 블랙 매니징파트너는 "내년에는 (테슬라 주가가) 1,000달러 이상으로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생산 등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커크혼 CFO는 "우리가 차량을 생산하더라도 승인이나 규제 문제로 2021년 말까지 (오스틴과 베를린) 공장에서 차량이 인도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여지를 남겼다. 독일과 오스틴 공장에서 규제 이슈로 초기 생산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테슬라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