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8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이 보고서에서 ‘소형 모듈 원전(SMR)’을 미래 에너지 기술의 핵심으로 꼽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1월 국가정보국장에게 기후변화가 국가 안보·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도록 지시한 뒤 작성한 첫 보고서다. 국가정보국은 SMR에 대해 “재래식 원전보다 저렴하고 건설하기 쉽다”며 “원전의 새로운 확대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하나의 용기에 원자로와 증기 발생기, 냉각재 펌프 등을 담은 일체형 원자로인 SMR은 비용이 적게 들고 환경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바이든 미 행정부는 SMR을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기술로 삼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원전을 중점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면서 SMR 개발 의지를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역시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SMR을 비롯한 원전 산업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탈(脫)원전 도그마의 늪에 빠져 있는 한국은 유독 역주행을 거듭하고 있다. 탄소중립위원회는 현재 25%가량인 원전 비중을 2050년까지 6~7%로 낮추는 대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7%에서 71%로 높이겠다고 했다. 정부의 과속 탄소 중립 목표대로 밀어붙이면 전기 요금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탄소 배출이 많은 공장들은 줄줄이 문을 닫아야 한다. 오죽하면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온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조차 최근 국감에서 ‘탄소 중립을 위해 원전이 더 필요하다’는 뜻을 피력했겠는가. 더구나 문재인 정부는 탄소 중립과 원전 수출, SMR 개발 등을 동시에 추진하는 모순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임기가 몇 달 남지 않은 정부가 탈원전 대못 박기를 밀어붙이면 원전 경쟁력 추락으로 SMR 상용화가 불가능해질 뿐 아니라 탄소 중립 목표 실현도 어렵게 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