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등으로 미국에서 때 아닌 조기 은퇴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이에 미국의 노동력 부족과 이에 따른 물류 대란 등 각종 산업 현장의 혼란이 단기에 진정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경우 공급 부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도 가중될 수 있다.
25일(현지 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미겔 카스트로 미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선임이코노미스트가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8월 기준 300만 명이 조기 은퇴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팬데믹 이후 일터를 떠난 노동력 525만 명의 절반이 넘는다.
카스트로는 조기 은퇴 바람의 이유를 두 가지로 제시했다. 하나는 퇴직자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 고령층이라는 점이고 또 하나는 최근 주식과 주택 등 자산 가격이 급등했다는 점이다. 카스트로는 “일반적인 가계행동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부유해질수록 덜 일하려고 한다”며 “과거에도 자산 가격 변동이 특히 은퇴를 앞둔 사람들의 노동시장 참여율에 영향을 미치곤 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자산 가격이 오르면서 당장 벌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이들 중 퇴직을 앞둔 베이비부머들이 조기 은퇴 행렬에 대거 합류했다는 것이다.
산업계에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조기 은퇴자까지 늘면서 물류 적체 등 혼란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CNBC에 따르면 로니 워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물류 지연과 고율 운임은 적어도 내년 중반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미 항구들의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을 단기에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미 서부 최대 항구인 로스앤젤레스(LA)·롱비치항 밖에서 대기 중인 선박은 77척으로 240억 달러 상당의 상품을 싣고 있다고 골드만삭스는 추산했다. 미 주요 항구에 화물선이 입항하는 데 걸리는 기간도 평소의 3배가 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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