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이 노화로 인한 순환·호흡 계통의 지병으로 26일 운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은 26일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 전 대통령은 다계통 위축증으로 투병하며 반복적인 폐렴과 봉와직염 등으로 수차례 서울대병원에 입원해왔다”며 “사망에 이른 직접적인 원인은 허약한 전신 상태와 장기간 와상 상태에 동반된 폐색전증 혹은 패혈증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 병원장은 “다계통 위축증은 신경 계통의 질환으로 걸리게 되면 균형 감각이 줄어 걷기와 말하기가 힘들어지고 심한 경우 시력도 저하된다”고 설명했다. 봉와직염은 피부 조직에 나타나는 화농성 염증 질환을 말한다.
김 병원장은 “오랜 와상 생활로 인한 합병증으로 병세가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병으로 10년 가까이 자택 치료와 병원 입원을 반복하며 병상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주로 자택에서 치료를 받았던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저산소증·저혈압 등으로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12시 45분께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하지만 끝내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1시 46분께 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서 운명했다. 병원 관계자는 “응급실에 도착했을 당시 의식은 뚜렷하지는 않았지만 통증에는 반응하는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의 빈소는 27일 오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질 예정이다. 장례가 국가장으로 치러질 지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노 전 대통령의 장례 절차에 대해 “국가장으로 장례를 치르는 것이 가능하다"며 "다만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 실장은 "국가장 시행을 제한할 수 있는 사유로 '(전직대통령) 예우 박탈'은 명시돼 있지 않다"면서 "앞으로 논의를 더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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