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안에 10배로 오르는 알짜배기 땅입니다. 소액으로 투자 가능합니다.”
기획부동산의 대박 유혹에 투자했다가 돈을 날린 트라우마를 딛고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사연이 전해져 눈길을 끌고 있다. 기획부동산은 개발제한구역이나 맹지(도로와 맞닿은 부분이 없는 토지) 등 가치가 떨어지는 땅을 마치 개발 호재가 있는 것처럼 속여 시세보다 비싸게 팔아넘기는 식의 수법이다. 이런 땅은 수년이 지나도 개발이 되지 않아 헐값에도 팔리지 않고, 1개 필지를 여러명이 소유하는 이른바 ‘지분 쪼개기’가 돼있어 마음대로 팔기도 어렵다.
기획부동산은 보통 전화를 통해 매수자를 끌어들이고 그들이 또다른 지인들을 끌어들이는 다단계 방식이 주를 이룬다. 실제로 사연의 주인공도 친언니의 권유로 평택에 위치한 땅에 수천만원을 투자했고, 결국 기획부동산의 실체를 알게 된다. 하지만 투자를 권유한 언니를 원망하기보다는 한번도 가보지 않은 땅에 거금을 투자한 자신이 문제라고 생각하고 이후 발품을 팔아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
부동산 전문가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가 운영하는 유튜브 ‘고준석TV’에는 27일 기획부동산에 사기를 당한 A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마포구 아현동에서 미용사로 일하고 있는 30대 미혼 A씨는 서울에 집을 마련하는 게 꿈이었지만 돈이 부족했다. 그러던 중 2015년께 친언니로부터 돈을 불릴 수 있는 토지 투자에 대해 알게 됐다. 언니는 경기도 평택에 개발을 앞둔 땅이 있는데,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다고 하니 같이 들어가자고 A씨를 설득했다. 언니 7,000만원, 어머니 5,000만원, A씨 4,800만원 등 가족들은 이 땅에 1억6,800만원을 투자했다.
A씨는 그렇게 언니 말만 믿고 난생처음 부동산 투자를 하게 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개발계획은커녕 땅값이 올랐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았다. 결국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확인했더니 1개 필지를 40명이 넘는 사람이 쪼개 가지고 있었다. 기획부동산의 실체를 알게된 A씨는 언니와 어머니에게도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
A씨는 첫 부동산 투자로 돈을 날릴 처지가 됐지만, 우선 내 집 마련이 급하다고 생각했다. A씨는 기획부동산에 당한 것에 대해 언니를 탓하는 대신 자신을 돌아봤다. 수천만원을 투자하면서도 평택에 단 한번도 안 가본 자신도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후 A씨는 지난해부터 발품을 팔아 살 집을 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결국 노원구 중계동의 전용면적 39㎡(약 17평) 아파트를 마음에 뒀다. 복도식에 거실 겸 큰방 1개와 작은방 1개의 구조여서 혼자 생활하기 괜찮았지만, 문제는 집값이었다. 당시 해당 아파트의 집값은 3억7,000만원 정도였다.
A씨는 돈을 끌어모으고 대출까지 받으며 소위 ‘영끌’을 해서 집을 매입했다. 1년 반이 지난 이 아파트의 매매가는 7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집값이 오르자 A씨는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 무엇보다 기획부동산 투자 실패를 극복한 게 A씨와 가족들에게는 도움이 됐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부동산에 있어서 실패를 하는 경우는 나올 수 있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라며 “포기하기보다는 철저한 공부를 통해 실패를 딛고 일어나야만 내 집 마련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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