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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2.0] “로봇연구의 출발점이 신화라니 놀라워요”

종로도서관이 마련한

김숙 박사의 ‘로봇으로 철학하기’

서울 대신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로봇과 인간의 관계를 통찰하는 시간 가져

김숙 박사가 지난 26일 서울 대신고등학교에서 열린 강의에서 로봇의 발전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




지난 26일 서울 대신고등학교 도서관에 30여 명의 학생들이 모였다. 평소 관심이 많은 로봇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 줄 특별한 강좌가 열렸기 때문이다. 종로도서관이 지역 청소년의 인문학적 사고를 높이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영화철학자 김숙 박사(예술철학)가 강의를 맡았다.

강단에 오른 김 박사는 “로봇의 역사는 신화로부터 출발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신화는 사람들이 풀기 어려운 세상의 문제들을 이해하기 위해 만든 이야기”라며 “서양 문명의 양대 기둥이라 할 수 있는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에는 신이 진흙을 빚어 인간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신화 속 이야기들이 흙, 돌, 철 같은 물질로 살아서 움직이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겠다는 인간의 생각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인간의 역사에서 로봇이 어떻게 출현하고 발전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인간의 재탄생을 외쳤던 르네상스 시대와 ‘지동설’의 확신을 갖게 한 과학혁명은 ‘신’ 중심의 사고를 ‘인간’ 중심으로 옮기는 사상적 변화를 일으켰다”며 “인간 중심의 사고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깊은 생각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물기계론’과 ‘인간기계론’을 예를 들었다. 근대 철학자 데카르트의 동물기계론은 모든 생명체를 기계에 비유하며 인간도 기계지만 영혼이 있다는 것이 다른 생명체와 다른 점이라고 주장했다. 프랑스의 철학자 라 메트리는 ‘인간기계론’으로 데카르트의 이 같은 주장을 반박했다. 인간기계론은 인간 역시 기계이며 동물과 인간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가 없다는 주장이다. 김 박사는 “인간이 기계라는 생각은 기계로 인간과 유사한 것을 만들어 보겠다는 여러 시도들을 낳았고 이것이 로봇 기술의 토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후 로봇 기술은 산업혁명으로 발전 속도가 높아졌다.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인간 대신 더 빠르고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는 기계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살상 무기가 된 과학 기술에 사람들은 불안감을 느꼈고 로봇에 대한 비관적인 생각도 커졌다.



김 박사는 “1·2차 세계대전 후의 많은 SF영화에서는 과학 가술에 대한 불안감으로 로봇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어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로 다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몇 십 년 전 SF영화에서 상상한 자율주행 자동차가 현실화된 것을 생각하면 인간을 위협하는 로봇을 그린 SF영화들을 단순히 재미로 넘길 수만은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불, 도구, 언어의 사용이 인간의 삶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듯 로봇의 사용은 우리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를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종로도서관이 마련한 김 박사의 ‘로봇으로 철학하기’ 강좌는 ‘고인돌2.0(고전·인문아카데미2.0: 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의 프로그램의 하나로 개최됐다. ‘고인돌2.0’은 서울경제신문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및 평생학습관이 2013년부터 함께 한 인문학 교육 사업이다. 성인 중심의 인문학 강좌로 시작한 ‘고인돌’은 지난해부터 명칭을 ‘고인돌2.0’으로 바꾸고 서울 전역의 중·고등학교와 연계해 강연을 하고 있다. 역사와 건축, 경제, 과학,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총 56개 강좌로 구성된 올해 제9기 ‘고인돌2.0’은 특히 교과목과의 연계성을 높여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대신고 1학년 이주원 군은 “로봇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1학년 윤예준 군은 “로봇의 출발이 신화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래됐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소감을 밝혔다.

유승률 대신고 영어 교사는 “로봇에 관한 지식은 인문계나 자연계의 전공 분야를 떠나 미래를 준비하는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라며 “학교 교과과정으로 다루지 못한 분야에 대한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준 유익한 강의였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의 인문학적 사고를 높이기 위한 고인돌 2.0 강좌는 3월부터 11월까지 모두 80여개 중·고등학교에서 실시된다. / 이효정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원 hj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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