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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며 영화감독 꿈꾸는 여성에게 조언 구하자 “긍정적 이야기 해주기 어려워”

서울시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 ‘직장맘 너의 목소리를 들려줘’시즌2 명사 특강 진행

영화 카트 부지영 감독 명사로 참석, 경력 단절된 시기에 카트 연출 맡게 돼

영화계 여성감독 차별 있지만 점차 변화하고 있어

여성이 일할 수 있도록 가정과 사회가 함께 보조해야

사진=서울시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




지난 10월 21일 서울시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에서 의미 있는 명사특강이 열렸다. 영화 카트를 연출한 부지영 감독과 여성공동체와 여성노동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진 것.

영화 카트는 비정규직법 시행을 전후로 벌어진 이랜드 홈에버의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다룬 영화로, 2014년 11월 개봉 당시 한국영화에 새로운 흐름으로 등장한 사회 고발성 영화의 맥을 잇는 영화로 평가받았다.

이날 명사로 자리를 함께한 부지영 감독은 “영화 카트는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영화”라는 말로 특강을 시작했다. 영화 카트 제작을 제안받은 2012년, 부지영 감독은 첫 장편영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개봉 이후 3년이나 차기작을 준비하지 못하고 쉬고 있었다. 한마디로 경력이 단절된 시기였다. 이때 집에 우환까지 생겨 초등학생이던 자녀 2명이 등교하고 나면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렇게 무력하던 시기에 경력을 다시 잇게 도와준 영화가 바로 ‘카트’였다는 것이다.

이날 사회를 맡은 김지희 서울시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장은 “지난 2019년 시작된 코로나19로 그 누구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이번 ‘직장맘 너의 목소리를 들려줘’ 시즌2 명사특강에 부지영 감독을 모시게 됐다”고 소개했다.

- 영화 카트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는데,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면.

“영화 연출을 맡기로 하고 이랜드 홈에버 비정규직 투쟁을 담은 르포집을 보게 됐다. 하나하나 공부해 가는 과정에서 다르게 느껴졌던 부분이 있었다. 남성 노동자들의 투쟁과 달리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이 가족들에게 지지받지 못하고 있었다. 영화에도 나오는 부분인데, 투쟁하는 부인을 남편이 와서 데려가기도 했다. 같은 노동자임에도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조차 지지받지 못했기에 함께 투쟁하는 동료들이 전부였던 분이었다.”

이미지=서울시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


- 여성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위해 열심히 싸우는데 가족들의 지지나 주변의 응원이 적었다는 말을 해줬다. 부지영 감독 역시 직장맘인데, 영화 촬영할 때 직장맘의 고충은 없었나.

“이 영화의 촬영감독이 남편이었다. 존경하는 촬영감독이었기에 한 번쯤 같이 작업하고 싶었고, 그게 카트에서 이뤄졌다. 굉장히 멋있는 조합처럼 보일 수 있지만, 운전을 가족이 가르쳐주면 안 되는 이유를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알게 됐다(웃음). 다시는 반복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 촬영할 때 아이들은 누가돌봐줬나.

“직장맘들의 든든한 응원권 친정엄마가 봐줬다. ‘그때를 마지막으로 친정엄마가 곁에 안계셔서 현재 장편 영화를 찍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사실 친정엄마없이도 일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 직장맘과 직장대디들이 임신?출산?육아 등으로 직장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직장맘들과 직장대디를 돕기 위해 직장맘지원센터가 생겼다. 여성 감독의 눈으로 본 영화계는 어떤지 평가한다면.

“영화계에서 여성 감독과 남성 감독의 차별이 없냐고 하면 거짓말이다. 사실 투자가 많이 된 블록버스터급 영화만봐도 감독이 대부분이 남자다. 다행인 것은 영화계도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력 있는 여성 감독이 늘어나고 있고, 덕분에 최근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여성 감독이 대부분 받았다. 이미 할리우드에서는 마블시리즈 등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여성 감독이 찍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럴 수 있는 날이 올거라고 본다.”



- 아이를 키우면서 뒤늦게 감독을 꿈꾸는 여성들이 있을 수 있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여성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이 질문을 받고 긍정적인 답변을 못 해준다는 게 마음이 너무 아프다. 육아나 살림은 각각을 해내는 것만으로 굉장히 힘든 일이다. 온전히 해내려면 품이 굉장히 많이 든다. 이걸 하면서 또 온전한 품이 드는 일을 해낸다는 것은 굉장히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을 잘 해내겠다고 생각하면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독박육아’, ‘독박돌봄’이라는 말이 있지만, 가정 안에서 살림이든, 육아든 나눌 수 있는 만큼 나눠야만 동시에 다른 일도 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사회도 도움을 줘야 한다. 가정과 사회가 함께 보조해주는 시스템이어야만 사회나 가정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 본다.”

-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말씀하신 듯하다.

“맞다. 나는 영화학교를 졸업하고 첫 영화를 만들기까지 5년이 걸렸다. 졸업과 동시에 결혼해 아이를 낳아 키웠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지옥 굴에 들어간거다(웃음). 육아하면서 5년 동안 아무 연락이 없어 동기들 모두 연락을 안 받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더라. 그때 함께 나눌 수 있었다면 그 정도까지 동굴 속에서 혼자 힘들진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영화 카트를 연출한 부지영 감독/사진=서울시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


- 이 영화를 만들면서 관객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을 것 같다.

“관객 나름대로 영화를 보고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두 가지 정도 느꼈으면 했던 부분이 있다. 하나는 유니폼을 입은 직업인들을 볼 때 나와 같은 한 명의 인간으로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느 직업군에 속한 노동자가 아닌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사는 한 명으로 말이다.”

- 다른 하나는 무엇인가.

“영화 카트의 배경이었던 이랜드 홈에버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가장 크게 느꼈던 점은 연대감과 우애였다. 힘들었던 투쟁 기간 동안 옆을 지켜준 동료가 이젠 서로의 인생 친구가 됐더라. 관객 역시 이 영화를 보면서 이랜드 홈에버 노동자들의 3주간의 점거 기간 동안 만들어진 연대감과 우애를 느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차기작이 무척 궁금하다. 현재 준비 중인 차기작이 있다고 하던데.

“유명한 분들은 차기작에 대한 이야기를 잘 안하더라(웃음). 저는 많이 유명하진 않지만 차기작에 대해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아직 투자를 받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재난과 관련된 휴먼드라마를 쓰고 있다고만 말씀드릴 수 있다.”

- 차기작은 재난영화지만 찍고 싶은 영화는 따로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

“여성 킬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여성 킬러 이야기에 투자할지는 모르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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