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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해외 칼럼] 美 근로자들의 반란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박봉·격무에 시달려온 노동자들

코로나 특수로 구인난 심화되자

처우·적성 고려해 자유롭게 이직

결국 美 전체 국익으로 이어질 것





경제가 뜨거나 가라앉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를 뒤흔든 문제는 부적절한 수요였다. 부동산 붐의 거품이 터졌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다. 수요 확대에 초점을 맞춘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경기 부양책은 규모가 너무 작았고 결국 단명으로 끝났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이 겪고 있는 2021년의 경제 문제는 부적절한 공급이다. 미국 서부 지역 주요 항만의 극심한 화물 정체로 물류 대란이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이 상품 구입에 어려움을 겪는가 하면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심한 구인난에 시달린다.

공급망 교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대부분의 다른 문제들은 조만간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더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문제는 노동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오랫동안 적정 임금을 받지 못한 채 과로에 시달려온 미국의 근로자들이 드디어 한계점에 도달했다.

먼저 공급망 이슈부터 짚고 넘어가자. 지금 미국인 소비자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상품을 접하고 있다. 문제는 공급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물류 시스템이 예외적으로 많은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에 소비자들은 충족되지 못한 서비스 욕구를 상품 구매로 채웠다. 외식을 할 수 없게 되자 주방을 개수했고 헬스장 출입이 어려워지자 운동기구를 구입했다. 가전제품을 비롯한 일반 소비자 전자 제품이 팬데믹 특수로 불티나게 팔렸다. 올해 초 소비자들이 내구재 구입에 사용한 비용은 팬데믹 이전에 비해 30%나 증가했다. 아직도 내구재 지출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개선될 것이다. 코로나19의 기세가 수그러들고 점차 정상적인 일상으로 회복되면 소비자들이 서비스 구입을 늘리는 대신 상품 구매를 줄이면서 물류 시스템에 가해진 과부하가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하지만 노동시장의 공급 감소 현상은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다. 전체 고용은 팬데믹 이전 정점의 훨씬 아래쪽에 위치해 있다. 당시에 비해 500만 개의 일자리가 줄어들었고 숙박 및 접대업 부문의 고용률은 9%포인트 이상 떨어진 상태다. 그러나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이 모든 상황은 노동시장이 대단히 견고하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한편에서는 근로자들의 자발적 퇴사율이 유례없이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어렵지 않게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근로자들의 자신감을 반영한다. 다른 한편에서 고용주들은 부족한 일손을 채우기 위해 임금을 인상하는 등 유인책을 구사한다. 지난 6개월 동안 숙박 및 접대업 부문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임금은 연 18%의 가파른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노동시장이 공급자 우위 시장(sellers’ market) 양상을 띠자 사기가 오른 노조원들은 사측이 적정치 못한 노동계약서를 제시할 경우 언제든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며 업주들을 압박한다.

이처럼 많은 근로자가 직장을 떠나거나 회사에 남는 조건으로 임금 인상과 근로 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이른바 ‘대대적 퇴사(great resignation)’의 시대가 개막된 이유가 무얼까. 최근까지만 해도 보수주의자들은 실업급여 확대가 팬데믹 실직자들의 근로 의욕을 꺾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찌감치 긴급 실업급여를 종료한 주들의 경우 이를 연장한 다른 주들에 비해 눈에 뜨이는 고용 증가세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달 전국적으로 긴급 실업급여 시한이 만료됐지만 고용 상황 전반에 이렇다 할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대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근로자가 탐탁지 않은 직장을 계속 다닐 것인지, 자신이 하는 일이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생각하게 됐다는 점이다.

미국은 부유한 국가이지만 미국의 근로자들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푸대접받는다. 우선 임금 수준이 낮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 조정한 평범한 남성 근로자의 2019년도 실질임금은 40년 전의 동종 업종 근로자의 임금과 거의 동일하다. 이처럼 임금은 박한 반면 노동 시간은 길다. ‘휴가 없는 나라’로 불릴 만큼 미국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유급휴가가 짧다. 업무도 안정적이지 않다. 백인이 아닌 저임금 근로자 중 상당수는 들쭉날쭉한 업무 시간으로 가정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업주만이 근로자들을 험하게 대하는 것도 아니다. 미국인들 가운데 상당수는 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근로자들을 대놓고 멸시한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요식 업종 근로자의 62%가 고객들에게 무시를 당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많은 근로자가 직장을 그만두거나 기존의 일터로 복귀하기를 꺼리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근로자들의 퇴사 이유보다 더 대답하기 힘든 질문은 왜 하필 지금인가이다. 많은 미국인은 팬데믹 이전인 2년 전에도 그들이 하는 일을 싫어했으나 지금처럼 직접적인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이전과 달라진 것이 무얼까.

개인적 추측이기는 하지만 많은 사람의 삶을 뒤집어놓은 팬데믹이 그들의 선택을 되짚어 보게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일이 싫다고 직장을 떠날 만한 여유가 모든 근로자에게 주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많은 근로자는 설사 돈을 조금 덜 받더라도 지루하고 적성에 맞지 않는 직업을 과감히 내던지고 지금보다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다른 업종의 일자리를 찾아 나설 마음의 준비가 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깨에 힘이 들어간 근로자들의 전례 없는 까탈스러움이 소비자와 업주들의 삶을 조금은 피곤하게 만든다고 할지라도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런 현상은 바람직하며 더 나은 처우를 원하는 미국인 근로자들이 원하는 바를 얻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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