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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내칼럼
[오철수칼럼] 통계왜곡의 검은 그림자

백상경제연구원장·서울경제 논설고문

부동산·일자리에 국세감면율까지

문재인정부 5년 내내 통계 장난

정책실패는 물론 국가신뢰도 흠집

2009년 그리스의 교훈 되새겨야

오철수 백상경제연구원장




2001년 그리스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 3% 기준을 가까스로 맞춰 유로존에 가입했다. 재정 건전성 면에서 독일·프랑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나라로 인정 받은 것이다. 하지만 이는 그리스 당국에 의해 조작된 통계였다는 사실이 8년 뒤 유럽연합(EU)의 회계 실사에서 드러났다. EU 회원국들은 분노했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제대로 된 수치를 가져오라”며 압박했다. 그리스 정부는 부랴부랴 수정치(12.5%)를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실제와는 거리가 멀었다. 감춰뒀던 부채가 추가로 드러나면서 재정 적자 비율이 13.6%까지 치솟은 것이다. 이 여파로 그리스는 국가 부도 위기를 맞게 된다. 국가 신용등급이 추락했고, 국채 가치도 곤두박질쳤다. 결국 그리스는 재정 긴축 등 구조 조정을 하는 조건으로 EU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국가 통계를 왜곡한 대가가 어떤 것인지를 잘 말해주는 사례다.

12년 전 그리스 얘기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우리 정부가 통계를 다루는 모습을 보면 석연찮은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국세 감면율 축소 논란이 대표적이다. 사태의 발단은 기획재정부가 2022년도 조세 지출 예산서를 제출하면서 14.39%인 올해 국세 감면율을 14.3%라고 밝히면서 비롯됐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그동안 정부는 국세 감면율을 계산할 때 소수점 둘째 자리에서 반올림을 했었는데 올해만 ‘버림’으로 계산했다. 예전 방식대로 반올림해서 처리하면 14.4%가 돼야 할 수치가 법정 한도인 14.3%까지 낮아진 것이다. 정부는 왜 올해 느닷없이 국세 감면율 계산 방식을 바꿨을까. 이에 대해서는 기재부에서도 속 시원한 설명을 하지 않아 정부의 속내를 알 길이 없다. 다만 국세 감면율 법정한도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동안 언론에서는 국세 감면율이 3년 연속으로 법정 한도를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정부가 통계의 연속성 단절 문제에도 불구하고 굳이 국세 감면율 계산방법을 변경한 것은 이 같은 비난을 피해가기 위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통계 왜곡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에는 통계청이 소득 분배가 악화됐다는 내용의 가계 동향 조사를 발표하자 임기가 절반이나 남은 통계청장이 돌연 경질되기도 했다. 당시 야당 등 정치권에서는 통계청장이 소득 주도 성장 정책 기조에 찬물을 끼얹은 괘씸죄로 경질된 게 아니냐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사정은 고용 관련 통계도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 경제 허리로 분류되는 3040 취업자와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지만 정부는 “일자리가 크게 회복되고 있다”는 엉뚱한 소리만 늘어놓고 있다. 정부는 올 9월 취업자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67만 명 늘었다고 밝혔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이게 속 빈 강정이라는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늘어난 일자리 대부분은 주 36시간 미만과 60대 이상 일자리다. 재정 동원을 통해 억지로 만들어낸 일자리들이다. 이는 재정 지원이 끊어지면 바로 사라지는 것들이다. 정부는 지난 5년 동안 ‘비정규직 제로’를 외쳤지만 비정규직이 줄기는커녕 되레 159만 명이나 늘었다. 이런데도 정부는 일자리 사정이 좋아지고 있다는 궤변만 늘어놓고 있다. 집값과 관련해서도 주택 공급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정부는 과거 10년치 평균 통계를 인용하면서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 최근 3년 새 주택 공급 수치가 줄어들자 지난 정부에서 공급된 수치를 같이 넣어 물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는 국가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바탕이 되는 인프라다. 통계가 잘못되면 정책도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는 국가 신뢰도 문제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통계 장난이 위험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10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그리스 재정 위기도 출발은 통계 조작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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