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의 아내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뒤 보험금을 노린 '고의 사고' 의혹을 받았던 남편이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박석근 부장판사)는 28일 남편 이씨가 삼성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 소송에서 "삼성생명보험은 이씨에게 2억208만원을, 이씨의 자녀에게 6,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앞서 이씨는 2014년 8월 23일 승합차를 운전하다가 갓길에 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았고, 동승했던 캄보디아 출신의 임신 7개월 아내(당시 24세)가 이 사고로 숨졌다. 검찰은 이씨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아내를 피보험자로, 자신을 수익자로 하는 보험 25건에 가입한 점 등을 들어 살인·보험금 청구 사기 등 혐의로 이씨를 기소했다.
이씨가 25건에 걸쳐 체결한 보험금은 원금만 95억원이며, 지연이자를 합치면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일부 보험 계약은 아내가 사망하기 두 달 전에 체결됐으며 당시 이씨의 경제적 여건이 나빠진 상황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간접 증거만으로 범행을 증명할 수 없다며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보험 추가 가입 정황 등을 근거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2017년 7월 범행동기가 선명하지 못한 점을 들어 무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후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을 거친 끝에 이씨는 지난 3월 살인·보험금 청구 사기 혐의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죄에 대해서는 금고 2년의 형을 확정받았다.
이씨는 다른 보험사를 상대로도 유사한 취지의 보험금 지급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미래에셋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소송의 결론은 다음 달 17일 나올 예정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