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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사건서 속도감 버린 검찰…뇌물 수사로 돌파구 찾나[서초동 야단법석]

수사팀 출범 한달 지났지만 유동규만 기소

김만배 영장 재청구 늦추고 신중한 수사

郭·朴 '50억원 클럽' 의혹에 수사력 집중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되고 있다./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진상규명을 위해 꾸려진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이 출범 직후 속도감 있는 수사에 나섰던 모습과 달리 최근에는 신중 기류를 유지하고 있다. 수사 초반 내부자들의 대화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확보하며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지만,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 대한 신병확보 실패와 이어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반쪽 기소’하면서 수사팀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소극적인 태도로 선회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번의 실패가 없도록 김씨에 대한 영장 재청구 시기도 미루면서까지 ‘혐의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검찰이 반전의 기회를 잡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장동 수사팀은 전날 출범 한 달을 맞았지만 핵심인물 중 유 전 본부장 한명만 구속 기소하는데 그치는 저조한 성과를 거뒀다. 앞서 검찰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김만배씨와 유 전 본부장 등 내부자들 간 대화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확보하면서 비교적 쉽게 의혹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받았다. 이어 수사팀 출범 6일 만에 유 전 본부장을 구속했지만, 그 이후 수사는 순탄치 않았다.

수사 동력이 급격히 꺾인 데는 김씨에 대한 영장 기각이 크게 작용했다. 1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이권이 걸리는 사업을 들여다보는 것이라 계좌 추적에만 한 달 가량 소요될 것이란 의견이 검찰 내에서 나왔지만, 이주 만에 섣불리 배임 혐의를 영장에 담은 게 화근이 됐다. 결국 영장에는 배임 액수에 대해 ‘최소 1163억원’이라는 애매한 표현이 담겼고, 전달된 뇌물도 ‘수표 4억원과 현금 1억원’에서 ‘현금 5억원’으로 바뀌는 등 혼선을 보였다. 지난 21일 구속기소한 유 전 본부장의 공소장에도 가장 큰 쟁점인 배임 혐의를 기재하지 못했다.

남욱 변호사가 25일 오전 성남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18일 미국에서 귀국한 ‘키맨’ 남욱 변호사의 조사로 돌파구를 찾는 듯 했으나 핵심 진술을 이끌어내진 못했다. 지난 15일을 시작으로 수차례 성남시청을 압수수색 했음에도 매번 시장실과 비서실이 빠져 비판이 일기도 했고, 뒤늦은 시장실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는 대장동 사업과 관련된 기록들은 이미 지워진지 오래였다. 대장동 사업이 추진된 시기는 2015년인데, 성남시 이메일 기록 보존 기간은 3년에 불과한 탓이다.

배임 혐의를 입증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는 사이 최근 검찰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혐의는 뇌물이다. 배임보단 수사가 비교적 간명한 데다 정 회계사의 녹취록과 남 변호사의 진술로 ‘350억원 로비·50억원 클럽’ 등 의혹의 실체가 어느 정도 드러난 상태기 때문이다. 우선 유 전 본부장을 상대로 한 뇌물 혐의에 대한 수사가 가장 진전된 상태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에게 김씨가 개발 이익 중 700억원을 주기로 약속한 혐의(뇌물공여약속 등)와 남 변호사가 일당들과 3억원을 모아 건넨 혐의 등을 두 사람의 구속영장에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또 50억원 클럽의 한 명으로 꼽힌 곽상도 의원을 둘러싼 수사에도 매진하고 있다. 검찰은 곽 의원이 하나은행 컨소시엄 구성 과정에서 도움을 준 대가로 김씨가 사후 곽 의원의 아들 병채씨에게 50억원을 줬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1일과 28일 곽병채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한편, 법원에 추징보전 명령을 청구해 해당 50억원을 동결한 상태다. 아울러 곽 의원을 조만간 불러 조사키로 했다.

50억원 클럽에 이름을 올린 박영수 전 특별검사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딸 박모씨도 지난 25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박씨는 지난 6월 화천대유 보유분 아파트 1채를 분양받아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또 26일에는 김만배씨로부터 109억원을 받은 박 전 검사의 인척인 분양대행업자 이모씨를 불러 남 변호사 대질 조사를 벌였다.

검찰이 ‘낙제점’이라는 세간의 수사 평가를 뒤엎고 우수한 중간성적표를 받기 위해선 내주로 예상되는 김씨와 남 변호사에 대한 법원의 영장 발부 여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수사팀이 영장 청구를 머뭇거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검찰은 영장 청구를 앞두고 곽 의원을 불러 혐의를 더 다질지를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이번에도 영장이 법원의 문턱을 넘지 못한다면 대장동 사업의 판을 깔아준 것으로 의심되는 ‘윗선’ 수사는 점점 더 멀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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