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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大 퇴직' 시대에 파업 증가…인플레이션 부추긴다

'1,000명이상 대규모 파업'

지난해 9건서 올해 벌써 15건

노동자 우위에 임금 인상 확산

"임금 인상, 내년 인플레 영향

최대 0.5% 달할 것" 전망도

사진 설명




미국의 파업 증가세가 예사롭지 않다. 파업 건수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파업을 벌이는 직종도 다양해지고 있다.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한 불만이 커진 탓이라지만 ‘대 사직(Great Resignation·최근 미국의 줄사표 현상을 표현한 말)’ 시대에서의 이런 현상이 ‘노동자 우위→임금 인상→인플레이션’ 흐름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월 3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올 10월에만 노동자 1만 7,400만여 명이 파업했다. 올 들어 발생한 파업 119건 중 15건은 1,000명 이상이 벌인 대규모 파업이다. 지난해 대형 파업이 단 9건에 그쳤던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2년간의 파업은 주로 공공 부문과 의료계에 집중됐는데 올해는 제조업(47%), 교육·보건서비스업(36%) 등 산업 전반에서 발생하고 있다.

미 언론은 파업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라고 진단한다.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비상 상황에서도 노동 환경 개선에 소극적이고 유급휴가를 보장하지 않은 일부 기업들이 비판받을 지점도 분명히 있다. 실제로 노동 환경이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큰 직종에서 파업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식품 회사 나비스코와 프리토레이·켈로그, 중장비·농기계 제조사 존디어 등 주로 집단 근무를 하는 회사의 직원들이 파업을 벌인 것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구인난이 극심한 상황에서 파업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벌어지는 노동력 부족 현상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현재를 ‘대 사직의 시대’라고 평가할 정도다. 8월에만 미국 노동력의 약 3%인 430만 명이 직장을 그만뒀다. 올 초에는 단계적 경제 재개에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따른 우려와 육아 부담으로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델타 변이 확산세가 진정된 지금은 다른 분석이 나온다. 경제 상황이 불안정할 때는 퇴직이 쉽지 않았지만 이제 경제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이 줄어들며 억눌렸던 퇴직 욕구가 분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구인난이 구조적인 문제가 됐다는 지적도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조기 은퇴 붐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5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의 노동 참여율은 9월 38.6%로 코로나19 유행 초기였던 4월과 거의 같았다. 당시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일을 그만둔 이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이는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노동 참여율이 줄어드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우려도 있다. 랜들 퀄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은 이런 이유로 “노동 참여율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파업 증가, 구인난으로 노동자의 힘이 점점 세지며 임금발(發)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3분기 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4.2% 올라 1990년 이후 가장 빠른 증가율을 기록했다. 비용 증가는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베로니카 클락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임금 인상이 처음에는 최저시급 노동자에게 집중됐는데 이제는 여러 부문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임금 인상이 내년 연간 인플레이션에 최대 0.5%까지 기여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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