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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환자가 원하면 원격의료 허용해야

이경권 엘케이파트너스 대표변호사





인텔의 공동 설립자인 고든 무어가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24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을 주장한 것이 지난 1965년이다. 그로부터 50년 이상 경과한 2021년 현재 다수의 반도체 전문가는 무어의 법칙은 깨졌다고 주장한다. 체스는 몰라도 바둑은 절대 컴퓨터가 인간을 이길 수 없기는커녕 이제 인간이 컴퓨터를 이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시대다. 모든 것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변하고 있다. 인류가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급격한 문명 발전의 시대가 펼쳐진 것이다. 스마트폰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고 인터넷망이 1시간 정도 끊기면 도시의 기능이 마비 수준에 이르게 된다.

의료는 어떤가. 각종 센서의 눈부신 발전, 인공지능(AI)의 도입, 디지털 치료제 등 이전의 인류가 접해보지 못한 경험을 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던 유전자 지도는 이미 완성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고 뇌 활동 지도 작성 계획도 2013년부터 시작됐다. 증강현실을 활용한 심폐 소생술 교육, AI를 이용한 진단, 일상화된 로봇 수술, 전산망을 통한 환자 정보의 전송 등 의료의 전 영역에서 새로운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이러다가는 영화 ‘엘리시움’에 등장했던 꿈의 치료기를 현실에서 보게 될지도 모른다.



기술은 빛의 속도로 앞서나가고 있는데 이를 뒷받침해야 할 제도나 법령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과장하면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환자-의사 간 원격의료를 들 수 있다. 원격의료의 필요성은 다들 인정하고 있고 구현에 필요한 기술은 충분한데도 법령이 환자-의사 간 원격의료를 막고 있다. 정부의 규제나 통제 기능도 중요하고 공급자인 의료인의 입장도 고려해야 하지만 환자의 편의성이 최우선돼야 한다. 의료 취약지에 사는 시민들,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환자들로서는 왕진이 활성화될 수 없다면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답일 것이다.

완벽한 제도는 없다. 국민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에 당연히 찬성한다. 하지만 대안 없이 반대만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최초의 시범 사업이 시작된 것이 1988년이니 시범 사업만 23년째다. 의료 관광을 국제 의료로 바꿔 불렀듯이 원격의료를 비대면 진료라 불러도 좋다. 환자가 원할 경우에는 원격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건강보험료의 대부분을 부담하는 사람은 정부도 아니고 의료인도 아니고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들이다. 이들이 원할 경우에는 이용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 소위 선진국이 전면적으로 실시를 하면 그때서야 할 것인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원격의료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됐다. 관계집단들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국민 건강 및 편의성이라는 목적에 비하면 부차적일 뿐이다. 본말이 전도되지 않는 정책이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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