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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제치고 자율주행 또 1등…'무명' 한기대의 반란

한국기술교육대 개교 30주년…자율주행대회 잇따라 입상

최첨단 스마트팩토리도 장점…"시설갖춘 대학 사실상 유일"

올해 자율주행차 대회서 대상을 받은 한기대의 자율주행차가 3일 한기대 운동장에서 모의주행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로 입사해 자율주행 분야에서 더 일해야죠."(한국기술교육대학교 2학년 조성연 학생)

이성기 한국기술교육대학교(한기대) 총장은 최근 자랑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2019년 한국교통안전공단과 현대자동차그룹이 개최한 '2019 대학생 자율주행자동차 경진대회'에서 한기대 ‘파로스’팀이 1등을 하자, 주위에서 놀랐다고 한다. 게다가 당시 2등은 성균관대, 3등은 카이스트다. 한기대는 올해도 국토교통부 주관 대학생 자율주행차 대회에서 1등인 대상을 받았다. 금상은 서울대다. 인지도가 명문대 보다 높지 않지만, 자율주행 기술로 명문대를 제친 '한기대의 반란'이 또 일어난 것이다. 올해 대상을 수상한 ‘케이밥팀’의 조성연 학생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자율주행에 대해 전혀 몰랐다"며 "한기대로 오고 자율주행을 공부하니 현대차로 충분히 입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3일 천안에 위치한 본교에서 개교 30주년을 알리기 위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교수진과 학생이 (산업)현장을 돌아가는 상황을 잘 안다"고 이처럼 자율주행 분야에서 앞서가는 이유를 설명했다.

고용부 산하기관인 한기대는 4년제 대학이지만, 실무 중심 교육으로 운영된다. 이론과 실습 비율이 5대5다. 실습은 현장을 얼마나 잘 아는지 성패가 갈린다는 판단 아래 한기대는 최소 3년 현장 경력이 있는 교수만 선발한다. 또 졸업하려면 작품을 직접 만들어야 한다. '책상 앞'에만 앉아있으면 졸업이 안되는 학교란 얘기다.

이런 학풍은 자율주행 성과로 이어졌다. 이 총장은 "학교는 교수와 학생, 연구실 중심으로 잘 짜여졌다"며 "교수는 학생에게, 선배는 후배에게 노하우를 알려준다"고 말했다. 교수진은 대기업과 유명 연구소로 출신이 많다. 이렇다보니 한기대 졸업생은 '경력직같은 신입사원'이란 평가를 받는다.



한기대의 스마트러닝팩토리.


한기대의 또 다른 차별점은 스마트러닝팩토리(스마트공장 모의시설) 시설이다. 한기대는 생산부터 운반까지 전 공정이 자동화로 이뤄지는 시설을 그대로 옮겨놓고 학생들에게 스마트팩토리에 대한 경험을 제공한다. 로봇이 제조를 담당하고 운반부터 재고, 불량품 관리까지 모두 시스템으로 이뤄지는 게 스마트공장이다. 스마트공장을 민간에 확대하려는 정부 입장에서 한기대 졸업생은 큰 자산이다. 정부 목표는 2025년까지 스마트공장 3만개를 보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스마트팩토리를 민간에 가르칠 공급기업이 필요한데, 한기대 졸업생이라면 여기서 일할 수 있는 인력이 될 수 있다. 한기대 관계자는 "이 시설을 갖춘 곳은 우리나라 학교에 거의 없다"며 “앞으로 스마트팩토리를 경험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은 미래분야에서 역할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기대의 단점은 천안 내에서도 외곽에 있다는 점이다. 전 학생에게 기숙사가 제공되고 학비는 200만원 초반대로 저렴하지만, 학생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서울 도심 학생에 비해 적다. 하지만 한기대의 저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이 총장은 자신한다. 스마트팩토리 시설의 경우 전력 소비가 많고 규모가 커 서울로 시설을 옮길 엄두가 안 난다는 이유도 있다. 이 총장의 더 큰 고민은 자율주행에 이어 인공지능과 같은 미래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유능한 교수들을 영입하는 것이다. 이 총장은 "최첨단 분야에 있는 교수들이 아직도 서울에 있는 대학에 많은 게 사실"이라며 "적극적으로 좋은 교수들을 영입하겠다"고 말했다.

이성기 한기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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