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1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에서 탄소 중립 시기를 2070년으로 제시했다. 세계 3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인도가 자국 산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탄소 중립 시점을 COP26의 목표인 2050년보다 20년 늦추기로 한 것이다. 세계 1위 배출국인 중국과 4위인 러시아도 2060년 탄소 중립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같은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이상 줄이고 2050년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세계 각국이 탄소 중립 시점을 가급적 늦추려 하는데 한국은 오히려 과속 질주하려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탄소 중립은 대한민국이 앞장서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지만 한국은 선도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국내 핵심 수출 산업 6개 분야에서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데만 199조 원이 든다. 이 비용을 무슨 수로 감당할지에 대한 논의를 거의 하지 않은 채 지키기 어려운 약속을 세계 196개국에 한 것이다.
주요국들이 가장 효과적인 탄소 저감 수단으로 원자력발전을 꼽고 투자를 확대하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을 고집하고 있다. 중국은 2060년 탄소 중립을 위해 4,400억 달러(약 520조 원)를 투입해 2035년까지 새로운 원자로 150개를 추가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국·영국·프랑스는 물론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일본마저 원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사실상 원전을 배제한 채 2050년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는 한국은 처음부터 달성 불가능한 목표를 내세운 셈이다. 현 정권의 생색내기와 아집 때문에 국민의 고통이 가중되고 기업 경쟁력이 크게 훼손될 위기로 치닫고 있다. 차기 정권은 원전 활용을 포함해 실현 가능한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새로 짜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