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들이 ‘신(新)자원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완전 자본 잠식에 빠진 한국석유공사를 고사 위기로 내몰고 있다. 4일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석유공사 출자 예산으로 올해보다 겨우 2% 늘어난 705억 원을 책정했다. 전체 본예산 증가 폭(8%)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정부가 추가 재정 투입을 외면해 공기업의 해외 자원 개발을 발로 걷어차고 있는 셈이다. “구조 조정과 자금 지원을 병행하라”는 ‘해외 자원 개발 혁신 태스크포스(TF)’의 권고마저 무시했다.
석유공사는 연간 4,000억 원의 이자 부담을 떠안아 ‘빚이 빚을 낳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방치하면 공사의 원유 생산량은 5년 후 30%가량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신규 자원 개발을 외면할 뿐 아니라 기존 사업도 속속 팔아치우고 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전 한국광물자원공사)은 2018년 호주 물라벤 유연탄 광산, 2019년 미국 로즈몬트 구리 광산, 올해 칠레 산토도밍고 구리 광산 지분 등을 모두 매각했다. 이명박 정부가 시작한 사업을 ‘적폐’로 낙인찍어 해외 자원 개발의 싹을 아예 잘라버린 것이다.
미중 패권 전쟁과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가운데 탄소중립 이슈와 공급망 쇼크 등이 겹치면서 글로벌 자원 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중국은 자원 부국에 대규모 차관을 주는 대신 자원으로 상환받고 있고, 일본은 2030년 석유·가스 자주 개발률을 40%까지 높이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만 낡은 이념에 매몰돼 역주행하다가 ‘자원 재앙’에 직면할까 두렵다. 영토가 작고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에너지 및 광물 수입 의존도는 각각 94%, 95%에 달한다. 자원 확보는 한국 경제의 경쟁력 및 안보와 직결된 중대 현안이다. 경제안보가 흔들리지 않게 하려면 정부 차원의 TF를 꾸려 민간 기업과 협력하면서 해외 자원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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