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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긴축 시대 돌입…부채發 퍼펙트스톰 방파제는 튼튼한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말부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들어간다. 연준은 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에서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월 1,200억 달러인 채권 매입 규모를 다음달까지 월 150억 달러씩 줄이기로 했다. 테이퍼링이 마무리되는 내년 6월 전후에 금리 인상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이퍼링 개시는 양적 완화 종식과 글로벌 긴축 시대 돌입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미 영국과 캐나다 등은 조기 금리 인상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13년 신흥국에서 대규모 자금 유출로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했던 것과 같은 ‘긴축 발작’의 악몽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한국 경제에서는 1,805조 원(6월 말)의 가계 부채와 2,219조 원의 기업 부채가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내년에 1,068조 원으로 불어날 국가 채무는 화약고로 돌변한 지 오래됐다. 그러잖아도 우리 경제는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 때문에 물가가 급등하고 자산 가격에 거품이 형성되면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경기 침체기에 막대한 가계·기업 부채로 인한 부실 확대와 자산 버블 붕괴 등이 동시에 벌어질 경우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기업들은 공급망 쇼크와 원자재·물류 대란 등으로 아우성을 치고 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정부의 허약한 위기 관리 역량이다. 당국은 일찍이 예고된 긴축에도 제대로 대비하지 않다가 “미국의 테어퍼링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낙관론만 쏟아내고 있다. 여당은 대선 정국을 맞아 긴축 시대에 배치되는 무분별한 돈 풀기 공약을 내놓고 있다. 유동성 파티가 끝나가고 씻어야 할 접시는 쌓이는데 아무도 설거지에 나서지 않는 형국이다. 정권 임기 말이지만 적절한 수준의 금리 인상과 대출 관리, 부동산 시장 안정책 등을 아우르는 정교하고 든든한 방파제부터 쌓아야 한다. 그래야 경제 위기의 터널에서 벗어나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면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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