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간 박빙의 힘겨루기가 지속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각각 당내 경선을 통해 양당을 대표하는 대선 본선 주자로 선출됐지만 30%대의 박스권 지지율에 갇혀있다. 여야가 각각 200여만 명과 약 56만 명대의 선거인단을 동원해 치른 경선을 치렀지만 ‘컨벤션 효과’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이는 두 후보 모두 국민들의 비호감도를 높이는 각종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혹은 중도층과 무당층 유권자들로 하여금 한층 더 정치권에 등을 돌리게 했다. 이른바 ‘회색 지대’에 머무는 유권자층이 최대 30%대 수준까지 팽창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따라서 두 후보 가운데 중립 지대에 있는 30%대의 지지층을 먼저 선점하는 쪽이 4개월간 이어지는 박스권을 깨고 차기 대선의 승기를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6월까지 尹 압도적 지지율 1위=여론조사 추이로만 보면 사실 올해 6월까지 윤 후보가 일방 질주했다. 리얼미터가 지난 2월 발표한 차기 대선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의 지지율은 15.5%였다. 그런데 3월 검찰총장직을 사퇴하자 지지율은 34.4%로 한 달 만에 18.9%포인트 뛰었다.
반면 2월 23.6%의 지지율을 보이던 이 후보는 같은 기간 21.4%로 떨어지며 윤 후보와 13%포인트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추이가 유사하다가 3월 말 PNR이 발표한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에서 윤 후보는 40.5%를 기록해 이 후보(18.8%)를 21.7%포인트나 앞섰다.
윤 후보는 이 추세를 6월까지 이어갔다. 정치 신인으로서 보여준 민생과 정책 행보가 먹혔다. 4월 윤 후보는 노동문제 전문가를 만나 “청년들의 좌절에 가슴이 아프다”며 청년 실업 문제를 거론하고 5월에는 “반도체를 알고 싶다”며 서울대 반도체연구소를 찾아갔다. 여기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 라임·옵티머스 금융 사기 등 현 정권에 맞서 수사를 벌인 윤 후보의 ‘반(反) 문재인’ 프리미엄까지 작동했다. 윤 후보의 지지율은 6월 2주 35.1%까지 올라 이 후보(23.1%)와 12%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렸다. 지지율이 고점을 찍은 6월 2주에는 보수 성향 답변자 51.6%, 중도는 39.2%, 무당층(잘 모름) 24.5%가 윤 후보를 지지했다. 지지율 고공 행진은 대선 출마 선언을 한 6월 말까지 이어졌다.
◇尹 가족 의혹·野 입당하자 하락세=하지만 윤 후보는 7월 지지율 일방 독주가 꺾이는 변곡점을 맞았다. 30% 중반, 여론조사에 따라 40%를 웃돌던 윤 후보의 지지율은 이른바 ‘윤석열 X파일’로 불리는 가족 의혹이 불거진 7월 치명상을 입었다. 7월 초 윤 후보 장모의 요양 급여 부정 수급, 아내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본인이 얽힌 고발 사주 의혹이 줄줄이 확산되자 지지율은 20%대로 곤두박질쳤다. 윤 후보의 지지율은 6월 2주 35.1%에서 7월 2주 27.8%로 7.3%포인트 추락했다. 반면 6월 말 민주당 경선이 시작되자 이 후보는 지지층이 결집하며 20% 초반이던 지지율이 7월 2주 26.4%로 올라 윤 후보와 1.4%포인트까지 좁혀졌다. 한 달 만에 12%포인트였던 격차가 1%포인트대로 수렴된 것이다. 윤 후보는 한 달 사이 중도층에서만 지지율 8.4%포인트가 빠졌다. 심지어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7월 8일 발표한 양자 대결에서 이 후보가 43%의 지지율로 윤 후보(33%)를 크게 따돌렸다. 다자 대결 역시 이 후보(27%)가 윤 후보(21%)를 압도했다. 설상가상으로 7월 말 윤 후보가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하자 떠난 중도층은 돌아오지 않았다. 9월 말까지 지지율은 20% 중반에 고착됐다. 김대진 조원C&I 대표는 “윤 후보가 새로운 후보지만 본인과 가족이 연루된 여러 의혹이 상존한다는 점이 장애물이 됐다”고 진단했다.
◇李 ‘대장동 의혹’ 박스권 못 벗어나=문제는 이 후보 역시 7월 이후 윤 후보를 확실하게 압도하지 못하는 점이다. 이 후보의 지지율은 7월부터 완만한 상승세였다. 7월 4주 25.5%에서 9월 2주에는 27%로 윤 후보를 2.8%포인트 차이로 역전했다. 하지만 이때 이른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터지며 이 후보의 발목을 잡았다. 다음 조사인 9월 5주 차 지지율은 윤 후보 28%, 이 후보 27.6%로 재역전됐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9월 20일 내놓은 조사에서도 이 후보는 지지율이 4.2%포인트 빠진 23.6%로 윤 후보(28.8%)에게 선두를 내줬다. 리얼미터가 4자 대결로 조사를 시작한 10월 2주, 4주에는 이 후보가 각각 34%, 34.6%, 윤 후보는 33.7%, 34.4%를 기록하며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7월 이후 4개월 이상 두 후보 모두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는 박스권에 갇혀 있다.
◇등 돌린 지지층 마음 되사는 쪽이 승기=결국 승기는 최대 30% 수준인 중도·무당층의 마음을 먼저 사는 쪽이 잡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최근 조사(리얼미터 10월 4주)에 따르면 기타 후보(12.7%)와 지지 후보 없음(6.6%), 잘 모름(3.3%) 등 무당층이 22.6%다. 여기에 단일화가 거론되는 심상정 의원(4.4%)와 안철수 대표(4.0%)까지 감안하면 내년 3월 대선 국면에서 부동표는 30%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공략 지점은 청년과 여성이라고 전문가들은 판단했다. 윤 후보(18.8%)와 이 후보(26.1%) 모두 18~29세, 윤 후보는 20대 여성(10.4%), 이 후보는 30대 여성(26.7%)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청년층·여성층이 약하고 비호감도가 높다”며 “실언 등 리스크를 줄이고 이들과 정서적인 유대감, 동질감을 먼저 얻는 쪽이 승기를 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날 여론조사 업체 PNR가 발표한 지지율은 윤 후보 45.8%, 이 후보 30.3%로 양자 구도가 깨진 조사도 나왔다. 대선 구도가 윤곽이 잡히면서 앞으로 두 후보의 지지율도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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