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시장에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간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임대차 계약 1만4299건 중 월세가 조금이라도 낀 계약은 5783건으로 전체 계약 건의 40%를 넘어섰다.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이 많아진 것이다. 이 가운데 최근 한 아파트에서는 무려 2700만원의 초고가에 월세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아크로서울포레스트(전용 264.5㎡)가 지난 7월 보증금 20억 원, 월세 2700만원에 거래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264.5㎡는 지난 7월 보증금 20억 원, 월세 2700만원에 계약이 성사됐다. 이는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가장 비싼 월세로, 대졸 1년 차 중소기업 근로자 평균 연봉(2852만원, 지난해 기준)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현재 강남권에서는 집주인의 월세 선호 현상이 짙어지면서 고가 월세 매물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최근 강남구 청담동의 '이니그마빌2' 전용면적 230.7㎡가 보증금 3억 원, 월세 1200만원에 거래되었다. 서초구 반포동의 '반포자이' 전용면적 245㎡는 월세 1000만원(보증금 10억원)에 계약이 성사됐다.
고급빌라가 밀집한 용산구 한남동에서도 초고가 월세 계약이 이뤄지는 추세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고급빌라 타운은 박나래 등 유명 연예인들이 월세살이를 택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은 최근 800만원(전용면적 177.8㎡, 보증금 12억원)으로 월세 계약을 이뤘다. 한남동 고급빌라 ‘르가든더메인한남’ 225.41㎡는 지난해 8월 2500만원에 월세 계약이 성사됐다. 용산구 한남동 유엔빌리지 ‘라테라스한남’ 전용면적 244㎡는 작년 9월 보증금 1억 원, 월세 1350만원에 거래되었다. 이는 지난해 6월~12월 중 전국에서 제일 비싼 월세였다.
한남동 인근 공인중개업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한남동 유엔빌리지 등 고급빌라 월세는 800만원~1200만원 대를 형성하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지속, 임대차3법에 따른 보증금 인상률 제한으로 집 주인의 월세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한남동 고급빌라 타운은 고급스러운 이미지, 희소성, 세금 절감 효과로 월세 수요가 늘고 있다. 본격적으로 가을 이사철이 시작되면 초고가 월세 거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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