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세금 납부 ‘유예’까지 추진하기로 하자 야당은 강하게 비판했다. 야당 대선 주자들은 “세금깡(윤석열)” “포퓰리즘 대마왕(안철수)” “재정의 1도 모르고 하는 소리(김동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까지 가세해 야당은 일제히 “세금 밑 장 빼기, 재정이 민주당 곳간인가”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포문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열었다. 윤 후보는 9일 페이스북에 “국가 재정은 정치자금이 아니다”라며 “세금 납부 시차를 교묘하게 조정해서 돈을 뿌리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카드깡’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인가. ‘세금깡’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 “국가 재정의 정치자금화이고 정권과 이권을 혼동하는 것이며 선출 권력을 국가 재정 약탈 면허 정도로 보는 것”이라며 “국가 재정을 자기들 통장 예금으로 생각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특히 “국민의 오른쪽 주머니를 털어서 왼쪽 주머니를 채워주고, 그 과정에서 정치적 이익을 수수료로 챙긴다면 이것은 악성 포퓰리즘일 뿐”이라며 “국가 재정을 정치자금으로 쓰려는 시도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물결’ 창당을 선언한 김동연 대선 후보 역시 이날 취재진을 만나 “재정의 1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전 국민 지원보다 피해 계층에 보다 촘촘하고 두터운 지원을 통해 우리 경제 회복력을 복원해야 한다. 전 국민 지급은 포퓰리즘에 의지한 선거 전략”이라고 날을 세웠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나랏빚을 판돈으로 삼아 기득권 양당 후보들이 ‘쩐의 전쟁’을 시작했다”며 “내가 하면 좋은 포퓰리즘, 남이 하면 나쁜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 후보 모두를 싸잡아 비판했다.
대선 후보들 만큼이나 야당의 공식 논평도 날카로웠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신개념 ‘세금 밑 장 빼기’라 할 수 있다”며 “초과 세수가 40조 원이나 있다며 호들갑을 떨더니 이제는 슬그머니 납세 유예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다수 국민이 원치 않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 후보와 민주당은 현명한 대한민국 국민의 판단을 존중하라”고 촉구했다. 정호진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도 구두 논평을 통해 “회계연도 독립의 원칙을 집권 여당이 허물고 있다”며 “나라 곳간을 민주당 곳간인 양 취급하며 원칙을 잃은 반칙을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정 대변인은 “국가 예산 원칙을 버리고 계산기를 두들기며 표 계산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5~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0.1%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