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켈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벨라루스에서 국경을 넘어 폴란드로 진입하려는 중동 난민 문제와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개입해달라고 요청했다.
10일(현지시간) 독일 정부는 메르켈 총리가 푸틴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밝혔다. 구소련 공화국에서 독립한 벨라루스는 러시아와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 회원국에 속하지 않는다.
독일 총리실은 메르켈 총리가 “벨라루스 현 정부가 EU 제재의 복수로 이주자들을 도구로서 사용하고 있는 사실은 비인간적이며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푸틴 대통령에게 벨라루스의 루카셴코 정권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크렘린이 이날 공개한 통화 기록문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EU 회원국 대표들이 벨라루스 정부와 직접 접촉하면서 일어난 이 문제를 정식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또 푸틴과 메르켈 두 정상이 "사안에 관한 대화를 계속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중동, 아프리카 및 남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무작정 이주하려는 집단적 움직임이 2013년부터 시작됐다. 2015년 한 해에만 100만명 이상이 유럽 대륙으로 쏟아졌으며 이들의 목적지는 복지 제도가 잘 돼있는 독일과 그리고 북유럽 국가들이었다.
초기에는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 남단 섬에 상륙하는 루트가 유일했으나 항로가 험해 많은 익사자가 발생하자 터키에서 근거리의 그리스 섬으로 지중해를 건너는 루트로 대체되었다. 2015년 대물결 이주는 모두 그리스를 경유해서 마케도니아, 세르비아를 거쳐 크로아티아 등으로 서진한 뒤 오스트리아 입국 후 독일로 갔다.
메르켈 총리는 용단을 내려 2015년 80만 명이 넘는 이주자들을 받아들였으나 정치적 후폭풍이 심해 2017년 총선서 고전했고 2년 뒤 2021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EU는 2016년부터 터키 에르도안 정권에 일단 30억 유로를 주고 이주자들의 지중해 횡단을 금지시켜달라는 계약을 맺었다. 터키에는 300만 명이 넘는 유럽 이주시도자들이 체류하고 있으며 그리스에 상륙한 이주시도자들도 헝가리와 오스트리아는 물론 발칸반도 국가들이 문을 닫으면서 그리스를 빠져나가지 못했다.
올해 난민들이 비행기로 벨라루스에 온 뒤 서쪽 국경선을 넘어 폴란드 입국을 시도하면서 이주자 문제가 심각해졌다. 지난해 벨라루스 대선에서 철권 통치의 알렉산데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반체제 후보를 탄압하고 선거 조작으로 당선되자 EU는 벨라루스에 강한 경제 제재를 내렸다.
1991년부터 벨라루스를 다스리고 있는 '유럽의 독재자' 루카셴코가 유럽 이주자들을 자국으로 유인해 폴란드 국경을 넘도록 부추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폴란드의 반대쪽 국경은 독일에 접해 있어 폴란드는 독일행 이주자들의 필수 경유지다.
폴란드는 헝가리처럼 이주시도자들의 최종 목적지가 아니고 경유지에 불과하다. 하지만 자국이 독일로 가는 통로가 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메르켈 총리와 EU는 일단 폴란드의 차단 방침을 인정하면서 벨라루스를 비난해왔다. 폴란드 군대의 방벽에 막혀 벨라루스 접경지에서 추운 날씨에 식량도 별로 없이 어린이들과 텐트 생활을 하는 이주자들의 상황이 악화하면서 메르켈 총리가 푸틴 대통령에게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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