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와 폴란드와의 국경 사이에 수천명의 난민이 발이 묶인채 노숙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이 난민 문제를 악용하는 벨라루스에 항공 차단 등 제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EU는 난민 이주 문제로 이웃 국가를 불안하게 만드는 벨라루스에 대해 제재를 가하겠다고 천명했다. EU는 벨라루스 국경지대와 유럽 사이를 오가는 항공편에 대해 봉쇄 조치를 검토중이다.
우슐라 폰 데르 레옌 EU 집행위원장은 “다음주부터 벨라루스의 개인과 기업 모두를 대상으로 한 제재를 확대할 것”이라며 “벨라루스의 권위주의 지도자 알렉산더 루카센코가 자신의 행동을 돌아봐야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현재 상황은 EU 전체에 대한 도전"이라며 "이런 지정학적 권력 놀음으로부터 우리 민주주의 국가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수천명의 중동 난민들은 최근 몇달동안 유럽 동부 국경을 통해 유럽 대륙에 들어오려고 시도해왔다. 그들 중 상당수는 이라크, 시리아, 예맨 국민들로, 비행기를 타고 벨라루스에 도착했다. 이들은 폴란드를 통해 유럽에 진입해 복지 제도가 잘 마련된 독일과 북유럽 등에서의 새 삶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폴란드와 헝가리 등은 자국이 이동 통로가 되는 것을 탐탁치 않아하며 난민 수용에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난민들은 수십일째 국경지대에 갇혀있는 상황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난민 문제와 관련해 벨라루스 정부에 개입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러시아는 유럽국가들이 직접 민스크(벨라루스 지도부)와 대화하라며 거부했다.
한편 폴란드는 벨라루스의 동맹국인 러시아가 난민 문제를 뒤에서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가 난민 문제의 배후에 있다는 폴란드의 주장은 “절대 무책임하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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