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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들불처럼 번진다…“연준 통화정책 강화 증시도 타격”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10월 CPI가 6% 넘게 오르면서 연준의 입장이 상당히 난처해졌다. /AP연합뉴스




1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5.9%)을 크게 웃도는 6.2%로 나오자 타격을 받았습니다. 나스닥은 1.6% 넘게 빠졌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도 0.8% 넘게 하락했는데요. 어제까지 크게 움직이지 않던 국채 금리도 드디어 상승을 시작했습니다.

월가에서 10월 CPI를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인데요. 실제 6%가 넘는 수치는 월가에 큰 충격이었습니다. 5%대와 6%는 그 느낌부터 다른데요. 오늘은 시장을 흔든 인플레이션에 대해 알아보면서 증시에 미칠 영향도 따져보겠습니다.

30여 년 만의 가장 빠른 속도…인플레 새로운 상승 단계 진입


10월 CPI를 보면 인플레이션에 관한 우려가 그냥 넘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확실히 듭니다. 이미 많이 알고 계시겠지만 내용을 좀 살펴보면 10월 CPI는 1년 전과 비교해 6.2% 올라 1990년 12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뺀 근원 CPI 역시 4.6% 뛰면서 1991년 8월 이후 최대였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항목을 뜯어보면 상황이 더 좋지 않습니다. 연료(30%)를 비롯해 중고차(26.4%), 육류·생선·계란 등이 11.9%, 신차가 9.8% 폭등했는데요.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 겸 SS이코노믹스 대표는 “인플레이션이 들불처럼 번지면서 퍼펙트 스톰이 오고 있다”며 “노동력 부족과 공급 병목 현상이 다가 아니다. 초과 수요가 있으며 에너지도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공급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물가상승세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상승 품목도 전방위적인데요. 가구와 침구는 1951년 이후 최대치를 보였고 타이어와 스포츠 용품은 1980년대 초반 이후 가장 많이 올랐습니다. 전문가들이 물가 얘기가 나올 때마다 걱정했던 렌트 같은 거주 비용도 전년 대비 3.5% 상승했는데요. CPI의 3분의1가량을 차지하는 렌트 비용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하면 물가 상승세는 고정화하고 더 길어지게 됩니다. 미셸 마이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미국 경제 헤드는 “10월 CPI 수치는 매우 높다”며 “충격적인 것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널리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죠.

올 상반기만 해도 연준과 일부 전문가들은 중고차와 항공, 호텔 같은 일부 항목이 내려가면 물가가 괜찮아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경제활동 재개와 관련된 항목이라 일시적이라고 했었죠.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물가 상승에 기여하는 항목이 바뀌면서 계속 더 오르고 있는데요.

이렇다 보니 인플레이션에 관한 한 새로운 상승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로라 로스너-워버튼 매크로폴리시 퍼스펙티브스의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은 당분간 지속적일 것이며 미국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가격 상승이 이뤄지는 6개월 정도의 기간에 접어들었다”고 했는데요.

앞으로 6개월이면 내년 4~5월 쯤인데 그럼 이 때 가면 갑자기 2%나 2% 밑으로 내려올까요? 아마 천천히 내려올 것이고 여전히 연준의 목표를 넘는 수준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상황 좋아지기 전에 더 나빠질 것”…물가 상승에 실질 소득도 -0.5%


캐시 보스찬치치 옥스포드 이코노믹스 수석 미국 금융 이코노미스트는 “큰 그림은 인플레이션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점이며 상황이 나아지기 전에 더 나빠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상황이 나빠질 요인은 많습니다. 앞서 설명드렸듯 렌트비 같은 부분은 한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상당 기간 상승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CNBC는 “거주비용의 증가는 인플레이션이 당국자들의 예상보다 더 지속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습니다. 중요한 중고차 가격도 최소 내년 4월까지는 최고점에 도달하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상당 기간 이어진다는 것이죠.



기업들도 비용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는데요. 비스티지 월드와이드가 이달 들어 56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60%가 지난 90일 동안 가격을 인상했다고 합니다. 상품 가격 인상은 연쇄 반응을 불러오고 임금에도 영향을 줍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CPI 급등에 나스닥이 1.6% 넘게 빠지고 국채금리도 상승을 시작했다. /AFP연합뉴스


이는 시장 반응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어제까지 최근 몇 주 동안 인플레이션 우려와 그에 따른 금리 인상 가능성을 무시하던 주식과 채권 시장도 이날은 놀랐는데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 수익률은 한때 연 1.57% 선을 돌파했고 2년 만기 국채도 0.5%를 넘어섰습니다.

인플레 문제가 심상치 않음은 실질 소득에서도 드러나는데요. 미 노동부에 따르면 10월 노동자 시간당 평균 수입은 한 달 전보다 0.4%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CPI가 0.9% 급등하면서 실제로는 -0.5%가 됐습니다. 현재 구인난에 임금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지만 이런 상황은 노동자 급여의 추가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내 임금이 올랐지만 물건값이 더 올랐다?’ 그럼 답은 ‘임금을 더 올려 달라고 해야겠다’가 되기 때문이죠.

시겔 “연준, 12월 FOMC서 더 강한 통화정책”…“핵심 요인 다 사라져도 인플레 기대는 남는다”


이날 월가의 대표적인 강세론자인 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CNBC에 “증시는 연준이 심각하게 나오기 전까지 인플레이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연준이 ‘더 심각하게 봐야 한다’고 나오기 전까지 증시에 문제가 생기지 않겠지만 그것(연준이 심각해지는 시점)은 아마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일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즉, 증시는 연준이 인플레를 강하게 문제 삼을 때까지 현 추세를 유지할 수 있지만 12월 FOMC에서 연준의 스탠스가 바뀔 것 같다는 말인데요. 12월 FOMC는 다음 달 14일부터 15일까지 열립니다. 시겔 교수의 말에 따르면 그동안 누려왔던 시절은 앞으로 한 달 정도 남았다는 뜻이 될 수 있습니다.

시겔 교수는 “인플레는 일시적이 아니며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하다”며 “우리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속도를 높여야 하며 금리 인상 속도도 아마 높여야만 할 것”이라고 했는데요. FOMC도 FOMC지만 빠른 테이퍼링과 실제 금리 인상은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피터 부크바 블리클리 어드바이저리 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은 내년 7월까지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약 80%로 보고 있다”고 했는데요. 이번 CPI 수치로 내년 여름(6~7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월가의 분위기입니다.

워싱턴의 연준. /연합뉴스


물론 연준과 일각의 기대처럼 인플레이션이 내년 상반기에 2~2.5% 수준으로 내려오고 공급 문제도 해결될 수도 있겠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메리 달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여전히 연준은 일자리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테이퍼링을 앞당길 것인지를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했는데요.

그의 말이 맞지만 이는 12월이 되면 상황이 또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제 인플레이션 문제는 연준을 넘어 백악관 쪽으로 조금씩 더 가고 있습니다. 수차례 말씀드렸지만 인플레이션이 정치 문제화하면 할수록 연준의 부담은 더 커집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금의 상승세를 뒤집는 게 저에게 최우선 과제라고 말하며 인플레 문제를 인정했다”며 “인플레는 가격이 낮아질 것이라는 워싱턴의 희망을 꺾고 있다”고 봤습니다.

마지막으로 그 모든 것이 일시적인 요인이고 내년 상반기에 사라진다고 해도 남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인플레를 다룰 때 가장 중요한 항목 가운데 하나인 기대 인플레이션인데요. 물건값과 상관없이 사람들이 물가가 더 오른다고 생각하고 그에 맞춰 행동(임금인상 요구·판매가 인상)을 하게 되면 물가는 계속 뛰게 됩니다. 뉴욕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1년 뒤 인플레이션 전망 중간값은 5.4%에 달했는데요.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모든 것을 제외하고 내년 상반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인플레이션 기대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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