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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위기에 더욱 강한 뿌리 깊은 커버드본드

■최준우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최준우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2020년 봄 갑작스럽게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는 순식간에 전 세계 금융시장까지 혼란에 빠트렸고 시장은 불확실성으로 뒤덮였다. 금융시장의 투자 심리는 한밤의 바닷물만큼 차가웠다.

유럽 채권시장 역시 다르지 않았다. 시중금리 및 스프레드가 크게 오르면서 시장이 사실상 마비돼갔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와중에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정책 모기지 공급용 자금 조달을 위해 긴장된 마음으로 시장에 나섰다.

결과는 어땠을까. 불확실성이 정점을 이루는 와중에도 주택금융공사는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도(2020년 6월 5억 유로), 코로나19의 후유증이 사회 곳곳에 나타날 때도(2021년 6월 10억 유로), 코로나19가 회복돼가는 현재도(2021년 10월 5억 5,000만 유로) 좋은 가격으로 안정적인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이는 곧 신뢰가 공포를 이겨냈다는 의미기도 하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

해답은 커버드본드의 특성에 있다. 커버드본드는 우량한 주택담보대출채권을 담보로 제공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에 대한 상환 능력이 확실하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시장에서는 커버드본드가 국채 수준의 안전 자산으로 인식된다. 주택금융공사 커버드본드가 발행사인 공사(S&P 기준 AA)보다 높은 AAA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는 이유기도 하다.



공사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바탕으로 올 6월에는 한국물(5년물) 유로 채권 역대 최저 가산금리로 10억 유로 발행에 성공했다. 이어 10월에도 7년 만기 커버드본드를 국내 기관 최초로 발행하는 과업을 완수할 수 있었다.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역대 최고 수준인 국가 신용등급과 더불어 정부가 10월 역대 최저 스프레드 유로화 외평채 발행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코로나 위기 상황에도 커버드본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주택금융공사는 올해 연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인 15억 5,000만 유로 발행에 성공했고 해외 시장에서 국내 조달 대비 약 1%포인트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해 총 약 1,200억 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주택금융공사는 커버드본드 발행을 통해 두 가지 정책적 목표를 이루고자 한다. 하나는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서민들의 주거 비용을 경감해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사가 앞장서 유로화 커버드본드 시장을 개척하고 시중은행의 커버드본드 시장 참여를 통한 장기, 고정금리, 분할상환대출 확대를 유도해 가계 부채 연착륙 및 주택담보대출 구조 개선에 기여하는 것이다.

채권 거래는 당사자 간의 신뢰를 사고파는 일이며, 철저히 이해타산에 기반하기 때문에 시장 평가가 항상 냉혹하다. 그러나 공사가 발행하는 커버드본드는 위기마다 그 안정성을 증명해왔다. 내년은 그동안 시장에 풀린 유동성을 조금씩 거둬들이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해가 될 가능성이 크고, 이로 인해 시장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위기 때 흔들림이 적은 뿌리 깊은 커버드본드 발행을 점차 확대해 나가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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