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10일 기자 간담회에서 “원자력발전을 늘려야 한다는 게 국민 대다수의 의견이라면 정부 정책이 유지되겠느냐”며 탈(脫)원전 정책의 수정 가능성을 거론했다. 정승일 사장은 탄소 중립 방안에 대해 “땅 위에 두 발을 딛고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며 현실론을 강조했다. 탈원전 정책과 탄소 중립의 병행이 가능하지 않다는 상식을 에너지 공기업 사장으로서 뒤늦게 고백한 셈이다. 앞서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신한울 3·4호기 원자력발전소의 건설이 재개돼 (원전 생태계의) 숨통을 틔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재훈 사장은 월성 원전 1호기의 가동 중단 과정에 부당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음에도 탈원전 과오를 늦게나마 시인한 셈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9일 대국민 담화에서 ‘탈원전 정책’ 폐기를 선언했다. 그는 “에너지 자립을 보장하고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신규 원자로 건설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2017년 취임 직후 원전의 비중을 75%에서 2035년까지 50%로 낮추겠다고 했던 마크롱 대통령이 4년여 만에 정책을 전환한 것이다. 그는 “우리가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합리적 가격으로 에너지 비용을 지불하고 싶다면 탄소를 발생하지 않는 에너지 생산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도 프랑스와 사정이 다르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프랑스처럼 더 늦기 전에 탈원전 오류를 시인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더구나 최근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등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향후 원자력발전 비중 선호를 묻는 질문에 ‘확대 및 유지’ 의견(68.6%)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런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끝내 현 정부가 정책 전환을 하지 않는다면 차기 정부가 국익과 에너지 안보 지키기 차원에서 ‘탈원전 기관차’의 폭주를 멈춰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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