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김대중-오부치 선언 재확인’ 방침에 대해 “윤 후보의 발언은 원인과 결과를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날 윤 후보는 목포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을 방문한 뒤 “대통령이 된다면 취임 후 바로 한일관계 개선에 나서겠다”며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재확인 하는 것이 그 시작”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윤 후보님은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읽어 보셨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일본이 식민지 지배로 한국 국민에게 손해와 고통을 입힌 과거를 인정하고 통절한 반성과 사과를 한 것을 전제로 두 나라가 미래로 나아가자는 선언”이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과거사를 덮고 미래로 가자고 한 것이 아니라 한국이 일본에 대해 ‘과거를 똑바로 인식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미래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금의 일본은 오부치 선언 당시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일본은 한참 우경화 됐다”며 “아베 전 총리 집권 이래로 스스로 ‘더 이상의 사죄는 없다’는 일본 정부에게 과거사 문제 해결과 위안부 문제 사죄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못 하면서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역사적인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을 꺼내드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오죽하면 일본이 윤 후보를 반기겠느냐”며 “다른 것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일본 관련 발언은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고 보다 신중하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1998년 김 전 대통령이 일본에 공식 방문해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 총리와 함께 발표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쉽 공동선언’을 말한다. 공동선언에는 정치·문화·경제 분야에서의 광범위한 교류·협력 방안이 담겼다. 당시 오부치 총리는 김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지지함과 동시에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사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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