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압력 완화가 당면 과제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치솟은 기름값도 고민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이 증산 요구를 거부함에 따라 전략비축유(SPR) 방출 카드마저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만큼 상황이 다급하다.
11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가 시장에 SPR 물량을 공급할 가능성이 커졌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달 11일 7년 만에 80.52달러를 찍은 후 한 달 넘게 80달러를 웃돌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올겨울 한파가 닥치면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최대 200만 배럴까지 더 늘어나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FT는 SPR 방출 외에 미국 정부가 유가를 낮출 방법이 많지 않다고 분석했다. 실제 최근 민주당 소속 상원 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휘발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 SPR 사용을 포함한 모든 방안을 사용해달라”고 촉구했다.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장관도 “약 6억 1,300만 배럴의 SPR이 활용할 수 있는 도구”라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이 마지막으로 SPR을 시장에 공급한 것은 지난 2011년이다. 리비아에서 내전이 발발했을 당시 공급 차질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국제에너지기구(IAEA)와 공동으로 미국 전역에 6,000만 배럴의 석유를 풀었다. 하지만 SPR을 방출하더라도 효과는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문제다. 2011년에도 유가는 반짝 하락한 후 3개월 만에 다시 100달러를 넘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OPEC의 사실상 지도자이자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설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달 4일 미국 정부는 6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을 사우디아라비아에 판매했다. 취임 이후 내전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와 인권유린 등을 비난하며 사우디아라비아 지원에 소극적이었던 바이든 대통령이 석유 증산 외교를 위해 첫 무기 거래 계약을 성사시켰다는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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