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 6중전회)를 통해 집권 연장의 정지 작업을 마무리한 날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최악의 광군제(11·11 쇼핑 축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알리바바에 따르면 1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 올해 광군제 행사에서 총 거래 규모(매출액)는 지난해 대비 8.45% 증가한 5,403억 위안(약 99조 9,000억 원)에 그쳤다. 그동안 광군제 매출이 연간 20~30% 이상 급증했다는 점에서 올해 실적은 쇼크에 가깝다.
알리바바는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의 ‘홍색 규제’를 받는 대표적인 빅테크(대형 기술 기업)라는 점에서 올해 광군제 성적은 중국 경제의 딜레마를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AFP통신은 “공격적인 판매와 무분별한 소비주의 행태는 중국 공산당의 눈에 그것(공동부유)과 배치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시진핑의 장기 집권 시나리오를 위한 경제·사회 통제 정책 및 상향식 공동부유 추진과 선진국 진입을 위해 상당 기간 고성장을 이어갈 필요가 있는 중국 경제 사이에 딜레마가 커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 정부가 시장을 통제하려고 하는 가운데 정작 시장은 피로감 속에 경기 급랭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집권 정당성 확보를 위해 진행되는 마오쩌둥 시대 대약진운동 식의 성장 계획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경제지표는 일제히 내리막을 가리키고 있다. 경기동향을 설명하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10월에 49.2로 , 9월(49.6)에 이어 두 달째 ‘경기 위축’ 국면이다.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3.5%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조만간 발표되는 10월 산업생산 증가율에 대해 시장에서는 3.0%로 예상하는데 역시 9월의 3.1%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은 4.9%였는데 4분기 예상치는 3% 이하로 나올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반기 중국 경기 하강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하지만 대부분 중국 정부의 경제통제 시도가 만들어낸 부작용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최근 석탄 부족에 따른 전력난, 코로나19를 ‘제로’를 만들기 위한 지나친 방역 봉쇄, 과잉 유동성 해소 과정에서 부동산 위축, 미중 갈등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 빅테크 등에 대한 홍색 규제 등이 대표적이다.
서슬 퍼런 통제에 기업가들도 납작 엎드리고 있다. 양광 알리바바 부총재는 부진한 실적에도 “올해 솽스이(광군제)에 안정적·질적 성장을 기록했는데 이는 중국의 소비 활력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시진핑이 공고화된 권력 기반을 바탕으로 강력한 사회통제에 나설 경우 이것이 시장 위축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는 데 있다. 올해 광군제 실적에서 보듯 이미 경제·사회 통제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중국 당국에 교정 대상이다. 왕샤오후이 공산당 중앙선전부 부부장(차관급)은 12일 ‘역사결의’ 기자 설명회에서 “서구 민주주의는 부자의 게임”이라며 “중국은 독점과 무질서한 자본 확장을 단호히 처리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그나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 안정된 중국 내 공장들을 통해 해외 수출을 늘리며 성장률을 방어하고 있는 것이 중국 정부의 위안거리다. 중국은 방역 물자와 생활용품 등을 세계에 공급하면서 10월 전년 동기 대비 27.1%의 수출 증가율을 보였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세계에 수출한 마스크는 35억 개, 백신은 16억 개나 된다.
중국 정부는 이번 역사결의를 통해 여전히 ‘운동식’ 시장 운영 방침을 유지했다. 새 역사결의는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의 영도 아래 중국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인 ‘중국몽’을 실현하겠다”며 “공동부유와 인민민주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덩샤오핑의 이른바 ‘개혁개방’에서 시작된 중국 경제의 자본주의화·세계화 등은 상당한 후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덩샤오핑 이후 도입된 중국의 합의 기반 엘리트 관리 모델은 환경오염과 부정부패와 같은 많은 문제를 야기했지만 합리적으로 예측 가능하고 다양한 경제적 이해 집단의 창발성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번 역사결의 과정에서 시진핑이 덩샤오핑을 뛰어넘어 마오쩌둥에게 직접 다가가면서 그런 시스템은 과거가 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좋든 나쁘든 덩사오핑 시대는 끝났다”며 “그 변화가 시진핑이 꿈꾸는 공동부유를 가져올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최수문 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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