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만 3승을 올린 유해란(20·SK네트웍스)이 4승째는 ‘산’에서 해낼 기세다. 아이언 샷 달인답게 단단한 그린도 절묘하게 공략하며 선두로 치고 나갔다.
유해란은 12일 춘천 라비에벨 올드코스(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총상금 10억 원) 1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언더파 67타를 쳤다. 지난주 대회 우승자 박지영(25) 등 2언더파 2위 그룹에 3타 앞선 단독 선두다.
지난해 신인왕인 2년 차 유해란은 세 차례 우승을 모두 섬에서 달성한 ‘아일랜드 퀸’이다. 2승을 제주에서, 1승은 대부도에서 했다. 섬에서 강한 이유를 “공이 묵직해 바람을 잘 타지 않고 섬 코스가 대부분 제가 좋아하는 양잔디이기 때문”이라고 자체 분석한다.
유해란은 지난달 31일 제주에서 치른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최종 라운드도 챔피언 조로 나갔다. 우승까지 달리지 못하고 공동 4위로 밀린 아쉬움을 이번 주 시즌 최종전에서 털어버릴 분위기다. 이번 대회 코스는 산악 지형이지만 양잔디 코스이고 이날 차갑고 무거운 바람이 불었다. 유해란의 아이언 샷은 경사가 시작되는 지점에 정확히 떨어져 핀 가까이 미끄러지고는 했다. 첫 홀을 보기로 시작했지만 이후 버디만 6개를 챙겼다. 10·11번 홀 연속 버디로 단독 선두에 올랐고 이후 박지영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한 뒤로 17·18번 홀 연속 버디로 다시 달아났다. 17번 홀(파3) 티샷을 잘 붙여 간단히 1타를 줄이고는 긴 파4인 마지막 홀에서 7.5m의 먼 거리 버디 퍼트를 넣어버렸다. 유해란은 지난 9월 엘크루-TV조선 프로 셀러브리티 우승 뒤 시즌 2승에 도전한다.
시즌 6승으로 다승왕과 상금왕 수상을 일찌감치 확정한 박민지(23)는 대상(MVP)도 눈앞에 뒀다. 포인트 2위 임희정(21)이 역전하려면 우승밖에 없는데 이날 임희정은 5오버파 공동 62위에 그쳤다. 박민지는 2오버파 공동 33위다.
신인왕도 송가은(21)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2위 홍정민(19)과 34점 차로 신인상 포인트 1위를 달리는 송가은은 버디 6개와 보기 4개로 2언더파를 쳐 공동 2위에 올랐다. 최예림(22), 임진희(23), 김지수(27)도 2위다. 홍정민은 1오버파 공동 19위. 지난해 이 대회에서 시즌 첫 승을 올린 뒤 펑펑 울었던 최혜진(22)은 3오버파 공동 46위로 출발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하는 김하늘(33)은 5오버파를 쳤다. KLPGA 투어 8승,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6승을 쌓은 그는 “2008년 첫 우승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돌아보면 ‘잘 버텼다’고 정리하고 싶다. 바닥까지 갔다가 다시 올라가기도 하면서 오랫동안 버틴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선수 생활은 끝내도 여전히 골프인이다. 일반인 레슨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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