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가상자산(암호화폐) 과세 1년 유예를 공언한 데 이어 전 국민 가상자산 지급 공약까지 꺼냈다. 이 후보는 11일 “부동산 개발에서 나온 이익을 기초 자산으로 해 전 국민에게 가상자산을 지급하는 것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언급은 가상자산과 거리를 둬온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성을 확보하는 한편 2030세대의 표심을 잡으려는 선거 공학적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야권은 “계속되는 돈 뿌리기 공약을 통해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가 금융 당국과 사전 협의 없이 통화 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공약을 ‘지르고 보자’는 식으로 내놓은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이 후보가 구체적 실행 방안 없이 아이디어 차원의 공약을 제시한 것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기본소득’ 등 ‘기본 3종 세트’는 이 후보의 대표 공약이지만 실현 가능한 재원 대책은 없는 형편이다.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에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음식점 허가 총량제, 주 4일 근무제 등을 쏟아냈다. 하나같이 ‘정부 만능주의’ 색채를 보이는 포퓰리즘 정책들이다.
하지만 글로벌 인플레이션 위기 징후가 심상치 않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년 만에 처음으로 6.2%까지 치솟고 중국의 생산자물가 상승률도 13.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데도 나라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후보가 고물가에 기름을 끼얹을 수 있는 돈 풀기 공약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이 후보는 7일 “희망을 잃은 청년을 구하기 위해 포퓰리즘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하겠다”고까지 말했다. 대장동 게이트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심 정책 폭주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오는 배경이다.
이 후보가 진심으로 청년을 위한다면 ‘돈 잔치’로 치달을 게 아니라 지속 가능하고 질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는 구체적 비전과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핀셋 지원’을 하는 것은 꼭 필요하지만 모든 국민에게 돈을 뿌리는 식의 대중 인기 영합 정책을 펴면 ‘망국으로 가는 급행열차’를 타게 된다. 아르헨티나·베네수엘라·그리스 등에서 봐왔듯이 자칫 포퓰리즘의 옆길로 빠지면 희망이 없는 나라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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